[취재파일] 수습이 필요한 건 사고지, 시장님이 아니잖아요
신정은 기자 2022. 1. 21. 15:27
일주일 가까이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21일) 건물 옆에 위태롭게 기운 타워 크레인을 해체하고 나면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타워크레인 하층부나 건물 고층부 수색도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장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며칠 전만 해도 강한 바람에 붕괴 잔해물이 떨어져 현장 대원들이 7차례나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해야 했습니다. 현장을 직접 진입했다는 한 소방 관계자는 "건물 내부 위험도를 확언할 수 없는 상태"라며 "천장과 바닥 곳곳에 금이 갔다"고 말했습니다. 더디지만 그래도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건축 구조와 철거 등 자문단 회의를 열어 여러 안전 조치를 병행하면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도 무리한 구조 작업으로 인한 또 다른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제 현장 브리핑 때 잠시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브리핑 후 한 매체의 기자가 사고수습대책본부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에 질문을 던진 건데요, 원문과 영상으로 당시 상황을 먼저 보시죠.
이용섭 광주시장 "백문이 불여일견…들어가 봐라"
Q. 22층에서 38층까지 어디까지 구조견들이 진입할 수 있는 거고 몇 층까지 수색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어서요. 수색을 하고 있다는데…
A.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저도 이제 39층까지 다녀왔는데 그냥 저희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기 때문에, 시점은 제가 소방 본부하고 정하겠습니다만, 언론이 다 올라갈 수 없습니다. 언론이 *풀을 만들어서 대표를 뽑아주시면 안전하게 안내해서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 풀 (POOL) : 취재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은어로, 여러 매체 기자 중 대표로 취재할 요원을 뽑고 취재 내용을 공유하는 것.
얼핏 봐도 사전 논의 없이 튀어나온 갑작스러운 제안처럼 보입니다. 다소 날 서지만, 마땅히 궁금할 수 있는 질문에 이어진 이용섭 시장의 '임기응변'처럼 보였습니다. 이 시장은 '건물 안정화 방안을 뒤늦게 세운 게 아니냐'고 묻는 다른 질문에도 "일단 한번 나중에 올라가서 보고 나서 그런 말씀(질문)을 해달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8시, 광주시는 "어제 브리핑 때 이용섭 시장께서 언급하신 사항"이라며 붕괴 건물 안에 진입해 취재할 대표 기자 5명을 뽑아 달라고 공지했습니다. 일반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영상과 사진 촬영 기자도 각각 대표를 뽑아야 했습니다. 현장을 지키고 있는 언론사 수십 곳의 취재진들이 모였습니다. 우리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직접 붕괴 건물 안으로 들어가 현장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반, 수색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또는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 반일 겁니다. 저만 해도 제비뽑기 통에 명함을 집어넣고 당첨을 기다리는 그 순간, 잔뜩 긴장됐습니다.
그런데 대표 취재단을 꾸린 지 1시간 만에 취재진의 현장 진입은 "취소"됐습니다. 광주시는 취재진에 "크레인 해체 준비 및 건물 안정화를 위해 지체할 수 없다는 소방 측의 최종 결론이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건물 내부 취재가 사고 수습에 방해가 된다는 겁니다. 광주시는 물론이고 취재진도 뻘쭘해지는 상황. 현장에 혼란만 더했습니다. 광주시는 "향후 타워 크레인 해제 작업 완료 후 소방 본부와 협의하여 조만간 다시 추진토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건물 내부 취재'는 결국 '무산'…이유는?
광주시 측에 문의한 결과, 일부 매체에서 건물 안에 들어가 취재할 것을 요청한 적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시 측은 이에 따라 이미 예전부터 건물 내부 취재 방안이나 시점에 대해 검토 중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19일 오후 브리핑 때 이용섭 시장이 건물 내부 취재를 제안하는 것은 사전 원고에 포함되거나 계획된 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사고 수습만 해도 바쁜 현장인데…
신정은 기자silv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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