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들의 공간 활용법
[경향신문]
■ 좁은 공간을 넓게 쓰는 비밀
“맥시멀한 라이프가 드디어 각광받는구나 싶어 ‘클러터코어’라는 단어가 반가웠다.”
헤일리씨(28)의 취향은 어릴 적부터 확고했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만족하지 못했고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스무 살부터 줄곧 ‘기숙사 유목민’으로 생활했던 그는 이런 본능을 누른 채 최소한의 짐으로 살아야만 했다. 취업 후 계약한 지금의 자취방은 한풀이의 공간이 됐다. 그는 이 방에 자신의 취미와 취향을 최대치로 담아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넘치는 물건들이 안정감 있게 느껴지는 까닭은 확고한 콘셉트가 있어서다.
그가 지향한 콘셉트는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우>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도심 속 다락방이다. 사선의 창문은 다락방의 느낌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월셋집이라 거창한 시공은 할 수 없었지만 기본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원목 가구들과 식물, 따뜻한 색감의 패브릭들을 활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화초를 좋아하는 그는 직접 그린 오일 파스텔 식물 그림과 행잉 플랜트, 조화로 오래된 오피스텔의 삭막함을 줄였다. 또 하나의 비밀은 공간의 분리와 수납이다. 그는 수납이 가능한 가구들로 공간을 분리했다. TV장 겸 서랍장, 수납형 침대 프레임, 수납형 아일랜드 식탁 등이 그가 선택한 묘안이다. 자칫하면 죽은 공간이 될 수 있는 곳들 역시 틈새 수납장으로 제 역할을 하게 했다.
■ 취미에서 찾은 영감
“울트라 맥시멀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평일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그럼에도 삶의 여유를 집에서 찾으려고 한다.”
다양한 스타일의 건축물과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것을 즐겼던 안준범씨(29)는 팬데믹 이후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바로 전국의 셰어하우스를 둘러보는 일이다. 마치 거대한 캔버스에 그린 예술 작품처럼 호스트 저마다의 개성과 감각으로 재탄생된 공간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디자인을 전공한 누나의 영향으로 미술관을 찾거나 전시를 둘러보는 날도 많았다.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이 지금 집의 영감이 됐다. 현재 그의 공간은 행복을 주는 물건들로 조화롭게 채워져 있다. 그림, 포스터, 캔들, 디퓨저, 인센스 등이 대표적이다. 선 정리나 스위치, 콘센트 등을 가리는 노력은 소소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남긴다. 공간에 어울리는 컬러 선택도 중요하다. 1층에는 좋아하는 블루 계열을, 2층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그레이 계열을 선택했다. 불필요한 공간이 있다면 과감하게 용도를 변경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요리를 즐기지 않았던 그는 조리 공간에 모듈 선반을 배치해 소품을 진열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 취향이 주는 위로
“취향은 정해진 룰이 아니라 유동적인 감정이라고 본다. 늘 한결같을 수도, 시시각각 변할 수도 있다.”
형제가 많은 박서현씨(45)가 자신만의 방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이었다. 가족과 함께 지내다 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고작 4평 남짓한 방이 전부였지만 이조차도 감사한 일이었다. 한동안 인테리어 욕구를 원없이 풀며 방을 꾸몄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방”을 만들기 위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해외 이미지 사이트에서 구입한 프린트들로 작은 갤러리가 되어가는 벽을 보는 일은 즐거웠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다양한 컬러 매치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그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 포기할 수가 없었다”며 “기분이 좋아지는 모든 것들을 나열해 놓고, 가까이에 두면서 나를 치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각각의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나름의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건을 배치할 때 강약을 둔다. 큰 부피를 차지하는 물건이 있으면 그 곁에는 작품 소품을 배치해 답답함을 덜어내고 강한 색을 써야 할 때는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색을 함께 배치해 조화를 이루게 한다. 각각의 용도에 맞게 공간을 분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 그는 볕이 좋은 창가 쪽은 홈 카페 및 그림 그리는 공간으로, 반대쪽은 수납과 진열 공간, 컴퓨터가 있는 업무 공간으로 영역을 분리했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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