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조해주 문제로 더 심각해진 관권선거

기자 2022. 1. 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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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다른 경쟁에 비해 운동경기의 결과에 대해서는 더 쉽게 승복한다.

왜일까? 평탄한 운동장에서 엄격한 경기규칙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게임도 운동경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근본적으로 평탄하지 않은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엄격하고 공정한 경기규칙의 집행은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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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시장경제와민주주의연구소 이사장

사람들은 다른 경쟁에 비해 운동경기의 결과에 대해서는 더 쉽게 승복한다. 왜일까? 평탄한 운동장에서 엄격한 경기규칙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이다. 즉, 공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심판이 편파적으로 운영했다간 논란이 일어난다.

평탄해 보이는 경기장에서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이는 운동경기조차도 엄밀히 따지면 완전히 같은 조건에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좀 더 우월한 신체 조건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았을 수도 있고, 가족이나 단체 등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아 더 나은 장비와 경기력을 갖출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것까지 문제 삼진 않는다.

선거라는 게임도 운동경기와 비슷한 면이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여당의 후보는, 우월한 신체 조건과 장비·훈련을 갖춘 선수나 팀처럼,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누린다. 여당과 정부가 예산과 정책을 통해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평탄하지 않은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엄격하고 공정한 경기규칙의 집행은 더욱 중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곳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다.

청와대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의 사표를 반려했다고 한다. 오는 24일로 3년 임기가 끝나는 조 상임위원이 사표를 냈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면 조 위원은 비상임 선관위원으로 3년을 더 일할 수 있게 된다. 예삿일이 아니다.

조 상임위원은 처음 선관위원으로 임명될 때부터 자격 논란이 있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특보를 맡았다. 친여 인사라는 명백한 증거로,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선관위원으론 부적합한 이력이었다. 그가 맡은 상임위원 자리는 비상임인 선거관리위원장을 보좌해 선거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위원급 요직이다.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3년 임기가 끝나면 예외 없이 물러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청와대가 그 관례를 깨려고 한다. 청와대의 대선 중립 의지를 의심케 한다.

선관위는 조 상임위원 재직 중 여러 번 편파 논란에 휩싸였다. 여당 소속 시장들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른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시민단체의 ‘보궐선거 왜 하죠?’ 캠페인을 불허했다. ‘무능’이나 ‘내로남불’ 같은 표현도 현수막에 쓰지 못하게 했다. 반면, 여권 지지자들의 ‘적폐청산’ 문구는 허용했다가 편파 논란이 일자 뒤집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데도 조 상임위원의 사표를 반려했으니, 여당에 유리하게 선거를 관리하라는 신호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 청와대가 선거를 중립적으로 관리할 생각이라면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도 진작에 교체했어야 했다. 행안부 장관은 선거 주무를 맡고 경찰을 관할한다. 법무부 장관은 선거 사범을 수사하는 검찰을 지휘한다. 이런 자리를 여당 중진인 전해철 의원과 박범계 의원이 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선거 중립 의지를 의심케 하는 터에 조 선관위원 사표 반려도 일어났다. 야권은 “관권선거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한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정치 중립을 지키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평탄하지 않은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경기에 심판마저 편파적이면 누가 그 결과에 쉽게 승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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