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운동권 카르텔 진화냐, 민주주의 수호냐

기자 2022. 1. 21. 11: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미숙 논설위원

3·9 결과에 동북아 지정학 요동

정권 재창출 땐 친중·친북 지속

교체 땐 동맹·자유 진영에 복귀

공수처 해체는 민주 회복 상징

전대협 → 한총련 정권되면 곤란

동맹 공조는 AI시대에 더 긴요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어떻게 조응하며 발전해왔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나라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군부의 정치 개입이 종식됐고,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은 후 경제성장을 거듭하며 선진국으로 진입해 세계가 경이로워하는 나라가 됐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뤄낸 민주주의 모델로 불리는 이유다. 2년여간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이 종말 단계로 접어드는 요즘, 세계의 시선이 다시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과정에서의 부실 대응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한 후 세계 주요국에서도 전제적 포퓰리스트들의 선거 패배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과연 3·9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핵심 관심사다.

미국의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미국외교협회(CFR)가 최근 ‘한국 대선과 민주주의의 미래’를 주제로 비공개 비대면 세미나를 개최했다. ‘민주주의 저널’에 문재인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부패 문제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지난해 4월 미 의회가 ‘한국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 청문회를 개최하는 데 영감을 줬던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주제 발표를 했다. CFR가 3·9 대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선거가 한국의 민주주의 지속 여부 가늠자이자 아시아에 지정학적 변화를 가져올 중대 이벤트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대선은 민주화 이후 최악의 비호감 후보 간 대결로 불린다. 선거일을 40여 일 남겨놓은 상태에서도 후보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것도 후보의 약점이 매력을 압도해 유권자들이 섣불리 마음을 정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선거는 후보에 대한 인기투표라기보다 그 후보가 속한 정당 및 파워 엘리트를 선택하는 것이다. 후보자와 그 가족의 일탈에 집중하기보다 정책과 지향점을 중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장동 개발 비리 연루 의혹과 부인·형수 등 가족의 막말 논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실언과 부인의 특이 행보를 놓고 벌이는 난타전을 넘어 좀 더 긴 호흡으로 3·9 대선의 의미를 보며 선택을 해야 한다.

우선, 3·9 대선은 민주주의가 회복되느냐 파괴되느냐가 결정되는 선거다. 문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세워 사법 기관을 장악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든 것,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보다 김여정의 하명을 중시한 대북전단금지법은 법치(rule of law) 후퇴의 상징이다. 차기 정부가 이를 이어 받는다면 민주주의는 파괴를 넘어 권위주의 체제로 변질될 것이다. 그 전에 사법기관 정상화, 공수처 해체, 대북전단법 폐기를 통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

둘째, 국수주의에 젖어 일본을 ‘악마화’하며 북한에 맹종하는 운동권 세력의 재집권을 막아야 한다. 최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대담집 ‘선을 넘다’에서 이재명 후보 당선 시 전대협 정권이 한총련 정권으로 악성 진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이 후보의 집권도 정권교체라고 한 바 있다. 국민을 현혹하는 말장난이지만, 만약 그 이유가 운동권 주도 집단의 교체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운동권 집단은 이미 이권으로 결탁된 카르텔이라는 게 드러난 만큼, 이번 대선이 운동권 출신 정치인 퇴출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글로벌 판도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정점을 찍으면서 미국 패권 지속 쪽으로 기울고 있다. 중국을 두려워하는 공중증(恐中症)에서 벗어나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자유진영 글로벌 공급망에 적극 참여해 국부를 키우고 안보를 강화할 인물과 세력이 향후 5년을 이끌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평화 망상에 젖어 김정은의 도발에 눈감는 바람에 핵·미사일 위협은 지난 5년간 폭증했고 핵 포기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헨리 키신저 등이 쓴 ‘AI 시대와 인간의 미래’에 따르면 미국에선 이미 사이버·인공지능(AI) 무기로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방안이 연구 중이다. 핵은 냉전 시대 공포의 균형을 낳았던 가공할 무기지만, 이제 사이버·AI 기반 첨단 무기로 제압하는 시대가 곧 열리는 만큼 한·미 동맹을 강화할 지도자를 뽑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길이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