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 강행 기세..美 '제재 고삐' 中 '두고 보자' 속내는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북한의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유예(모라토리엄) 철회 시사에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와 한반도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언급하며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반대로 중국은 '미국의 제재 만능론'을 비난하며 북한을 두둔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무대에서는 '대북제재 보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일단 북측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보라는 분석을 내놔 주목된다.
앞서 미국은 12일(현지시간) 재무부가 대북 독자제재 대상에 올린 국방과학원 소속 북한인 5명을 안보리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을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관련안은 뉴욕시간으로 20일 오후 3시까지 15개의 유엔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의 '반대' 의사가 없으면 컨센서스(전원합의)로 간주돼 통과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제동을 걸었다. 중러가 '보류'(hold)를 요청하며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보류를 요청한 이사국이 있을 경우 향후 6개월의 제재 안을 검토할 시간이 추가로 주어진다. 또한 6개월이 지난 후 중러가 재차 요청하면 3개월까지 검토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최대 9개월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입장에서는 9개월을 번 셈이기도 하다. 9개월이 지나고 '반대' 의사가 없으면 당초 제의된 안은 채택된다.
다만 일부에서는 중러가 이번에 '반대'가 아닌 '보류'를 의사를 표명한 것에 주목한다.
그간 중러는 한반도 비핵화 방법론으로 '쌍궤병진'(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협정 동시진행)과 '쌍중단'(북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주창해왔다. 이는 중국이 제안한 구상으로 러시아는 사실상 중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근거, 이번 '보류' 표명도 중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중국이 '반대'가 아닌 '보류'를 택한 것 배경은 최근 북한의 핵·ICBM 시험유예 철회 결정이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은 미중패권 경쟁 속 북한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북한 카드가 미국을 상대하는 데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ICBM 시험유예 철회 시사에 "중국은 미국이 진정성을 가지고 북한의 정당한 안보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며 미국에 책임을 전가했다.
그렇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입장 표명과 중국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북한이 지난 2012년 '은하 3호'를 발사하며 ICBM급 사거리와 탄두운반 능력을 과시했을 때 북한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은하 3호' 발사에 대응, 이듬해 1월 결의안 2087호를 채택한 것이 하나의 방증이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러한 선례를 감안할 때 중국이 북한이 핵·ICBM 시험유예 철회를 시사한지 며칠 뒤 '보류' 입장을 취했다는 것은 북한의 입장을 들어주면서도 동시에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중국은 이전보다 더욱 더 북한 편을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ICBM 발사를 하면 일단 당연히 미국과 한국, 일본이 함께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할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를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경우 북한의 핵·ICBM 시험유예 철회 시사에 일단 '정면승부'로 맞수를 두는 모양새다. 대화와 외교를 강조하면서도 무력행보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다.
특히 미일 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화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CVID'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CVID'는 북한이 과거부터 거부감을 보여온 만큼 북한이 핵·ICBM 시험유예 철회를 시사한 시점에서 재차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같은 날 미국·영국·일본·프랑스 등 8개국이 참여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규탄하는 데 모든 이사국이 단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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