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택치료로 몰리는 동네의원.. "호흡기 진료 경험 없는데 맡겨도 되나"

서울시 시범운영 100여곳 신청
코로나 환자 1명당 하루 8만원
너도나도 재택치료 협력 신청

지난 13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19 재택치료관리 상황실에서 의료진이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코로나19 환자를 관리하는 재택치료 협력 병원 신청에 동네의원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환자가 줄어 매출에 타격을 입은 병원들이 재택진료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방역 전문가들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대응을 위해서 동네 병의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들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과 설비를 갖추도록 교육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동네의원이 코로나 환자를 관리하는 ‘서울형 의원급 재택치료’ 시범 사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서울시 재택치료 시범 사업에 100여개의 의원이 참여 의사를 보였으며 산부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 호흡기 진료와 무관한 의원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은 구로구, 서초구, 중랑구, 노원구, 동대문구 순서로 진행되는데, 시범사업 운영에 들어간 구로구에서는 재택치료 병원으로 선정된 7개 의원 중 2곳이 호흡기 질환 진료와 무관한 대장항문외과, 정형외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곳은 아직 병원 선정 중이다.

동네의원들이 진료과와 무관하게 너도나도 코로나19 재택치료 협력의원 신청에 나선 것은 재택치료가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도권 종합병원 관계자는 “코로나 유행이 만 2년째 이어지면서 일반 환자 숫자가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동네의원 매출도 크게 줄었다”며 “코로나 재택치료를 하게 되면 이렇게 줄어든 매출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환자 재택치료 의료 수가는 1인당 하루 8만860원이다. 확진자의 재택치료가 열흘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환자 1명당 약 80만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일반 코로나 환자 입장에서는 호흡기 진료와 무관한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는 것은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오미크론 대응을 명분으로 의원급 병원까지 코로나 환자 재택치료 등에 동원하려고 하지만 이것이 옳은 방향인지는 의문이다”라며 “코로나 환자를 진료할 역량이 없는 동네의원이 환자 상태 확인 명목으로 전화 몇 번 하는 것으로 하루에 8만원씩 받으면 되겠나”라고 했다.

김병근 중소병원협회 정책이사(박애병원 병원장)도 “코로나 환자 관리에 진료 분과는 상관없다”면서도 “동네의원에 코로나 환자 진료를 맡기려면, 호흡기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택치료를 담당할 의료진이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을 견학하는 등 코로나19 진료법을 사전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중요한 건 분과가 아니라 환자 관리를 할 수 있는 인프라와 능력, 그리고 응급 상황에 대비한 네트워크다”라며 “환자가 자기 집 주변 병·의원 어디서든 재택치료와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 진정한 위드 코로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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