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고 빛나는 도시 뉴욕의 뒷편엔..가난하고 집 없는 아이들이 있다 [김도연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경향신문]
<보이지 않는 아이>
안드레아 엘리엇
뉴욕타임스 탐사기자 안드레아 엘리엇은 2012년 10월에 처음으로 11세 소녀 다사니를 만났다. 다사니는 브루클린에 있는 무너져가는 노숙자 주거용 보호소의 방 하나에서 10명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저자는 다사니와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다사니와 가족의 동의를 얻어 이들의 삶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2013년 뉴욕타임스에 다사니에 대한 연재 기사가 소개되었을 때 미국의 아동 빈곤 문제에 대해 대중의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취재하고 기록한 다사니와 그 가족의 이야기가 최근 책으로 출판되었다. 여러 매체에서 2021년의 10대 책으로 꼽은 <보이지 않는 아이>는 현재 미국의 중요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인 빈곤을 십대 소녀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부유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2012년 아동 빈곤율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아동 빈곤율은 두 번째로 높았다. 미국 전체로 보면 다섯 명 중 한 명의 어린이가 빈곤층에 속한다. 뉴욕시 인구 830만명의 절반이 빈곤선 이하였고, 집 없는 아이들의 수는 2만2000명이 넘었다. 뉴욕시에서는 소득과 주거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노숙자 인구도 함께 증가했다.
저자가 수집하고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빈곤 아동 복지 정책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빈곤 아동의 웰빙을 돕기 위해 설계된 시스템은 감시 시스템으로 변질하여 아이들 몸에 멍이 있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할 뿐이었다. 미국 사회의 아동 복지 시스템은 아이들을 가족에게서 분리하여 단기 시설이나 위탁 양육에 맡기는 방식이었다. 저자는 현재 미국의 사회 복지 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집요하게 질문을 던지고 그 근본 원인을 탐구한다.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의 부모, 그 부모의 부모 세대에서부터 비롯되어 이어져 오는 구조적 차별, 즉 인종 차별 문제가 밑바탕에 있다는 점도 이야기한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공적 부조 사업의 방향이 바뀌고 예산이 줄어드는 정치적 결과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해가 되었다.
8명의 형제자매 중 첫째인 다사니는 약물 중독, 들치기 등으로 자주 구금되는 부모의 빈자리를 채웠다. 페인트 칠이 오래돼 납에 노출되고 쥐와 바퀴벌레와 공간을 공유하는 방에서 7명의 동생을 등교시키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다사니는 학교 결석이 잦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려는 의지가 강했다. 다사니를 돕는 좋은 어른과 선생님도 있었고 전액 장학 기숙 학교 입학 기회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빈곤에 고통받는 가족을 뒤로하고 떠나는 것 같아 좋은 교육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괴로워했다.
화려한 도시 뉴욕의 이면에 가려진 아동 빈곤 문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문제의 범위를 정의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인다.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인 뉴욕 브루클린은 고급 주택화(gentrification)가 가속화되면서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다사니의 엄마는 동네 상점에 새로 들어온 생수 브랜드 ‘다시니(Dasani)’에서 영감을 받아 딸의 이름으로 지었다. 자신은 살 수 없는 생수에 대한 열망이 분단된 도시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김도연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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