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화산 폭발이 남긴 과학의 숙제들

이정아 기자 2022. 1. 21.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왼쪽은 2020년 8월 통가 화산이 폭발하기 전, 오른쪽은 화산이 폭발한 다음날인 이달 16일에 촬영된 위성사진. EU지구관측 프로그램 코페르니쿠스 센티널-2 위성 촬영. 프랑스국립우주센터(CNES) 제공

이달 15일 오후 1시 10분(한국시간) 남태평양 통가 인근 해저에서 역대급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통가 화산이 분출할 당시 폭발음은 미국 알래스카까지 전달됐다. 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만든 구름 기둥은 19.2km 높이까지 올라갔다. 

유엔의 위성사진 분석기구인 유엔활동위성프로그램(UNOSAT)에서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여의도 면적(약 285만m2)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국과 일본, 심지어 유럽까지 대기 중에서 충격파가 감지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번 화산 폭발의 위력을 TNT 폭약 기준으로 약 1만kt(킬로톤)이라고 분석했다. 히로시마 원폭(15∼16kt)의 600배 이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가 화산 폭발이 남다른 규모 만큼이나 기존의 해저화산 폭발과는 다른 이례적인 특성이 많아 연구할 만한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다.  

화산의 폭발 규모 크지 않지만 엄청난 파괴력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이번 화산 폭발이 화산분출지수(VEI) 4~5 또는 5~6으로 사상 최대 규모까지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VEI가 6급 이상이면 대기권까지 화산재와 가스를 뿜어내 일시적으로 기후변화까지 일으킨다.

1991년에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의 VEI는 6으로, 당시 이산화황 가스를 2000만t이나 뿜어내 전세계 평균 기온을 3년간 0.5도 떨어뜨렸다. 마찬가지로 VEI 6이었던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은 원래 섬의 3분의 2를 없앴고 전세계 평균 기온을 5년간 1.2도 떨어뜨렸다. 이에 비해 통가 화산은 분출 시간이 10분 내외로 짧았고 이산화황 분출량도 약 40만t 정도로 기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10세기에 폭발한 백두산은 VEI 7로 추정된다.

통가 화산은 마그마에 가스 함유량이 많고 해저화산 꼭대기가 해수면과 가까워 폭발 규모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마그마가 일순간 해저지형을 뚫고 나오면서 차가운 해수와 만날 때 수심이 깊으면 수압 덕분에 폭발이 커지지 않는다. 이번 화산은 꼭대기가 해수면에서 단 150~200m 아래에 불과해 오히려 물을 증발시키면서 폭발 규모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승섭 충남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화산분출의 양상을 결정하는 것은 마그마 속성”이라며 “마그마 구성성분은 물론 가스를 얼마나 함유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해저화산이 왜 분출했는지 정확한 원인과 과정을 알려면 추후 현지 조사가 필요하다.

기압변화 공명 현상이 만들어낸 해일

곳곳에선 이상한 현상들이 감지됐다. 화산 폭발 지점으로부터 약 7900km 떨어진 일본은 폭발 당일 저녁에는 지진해일(쓰나미) 가능성이 없다고 발표했다가 16일 0시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다. 이미 15일 오후 10시 52분 오가사와라제도 지치지마에 쓰나미가 관측된 뒤였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 높이를 최고 3m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아마미군도 고미나토에서 최고 높이 1.2m의 해일이 관측됐다. 쓰나미 발생 시간과 높이 예측이 모두 빗나간 셈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이번 쓰나미가 지진파가 바다에 전달되면서 발생하는 보통의 쓰나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쓰나미라고 보고 있다. 쓰나미의 80%는 지각 운동으로 지진이 일어나 바닷물 전체가 상하로 출렁이면서 발생한다. 화산 폭발로 산사태가 나면서 연쇄적으로 해일이 일어나는 사례가 10%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화산 폭발 당시 태풍처럼 급격한 기압 변화가 나타나 발생한 기상해일이라는 것이다.

기상해일은 기압 변화가 이동하는 속도, 다시 말해 태풍의 기압골이 이동하는 속도가 파도 속도와 같을 때 공명이 일어나면서 에너지가 증폭하면서 일어난다. 대기 중에 전파되기 때문에 바다를 매질로 전달되는 지진쓰나미보다 훨씬 빠르고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기상해일은 해수 상층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니 전체 쓰나미의 3~4%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현상이다.

이마무라 후미히코 일본 도호쿠대 재해과학국제연구소장은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해수면이 움직이는 주기가 수분 정도로 1시간 정도 지속하는 지진 쓰나미보다 짧았고 순간적인 기압 변화가 감지됐다"며 "이번 쓰나미를 기상해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화산의 영향이 기압계에 감지됐다. 화산이 분화하고 약 8시간이 흐른 15일 오후 9시 6분경 부산의 해면기압이 1022hPa(헥토파스칼)에서 갑자기 1023.8hPa로 증가했고 서울, 인천, 목포, 서귀포 등 전국의 해면기압이 1~3hPa가량 일시적으로 올랐다. 기상청은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일시적으로 기압이 오르는 현상이 전 세계에서 관측됐다”고 밝혔다.

기상해일과 화산 산사태 쓰나미가 동시 발생 가능성

조금 절충된 해석도 나왔다. 김 교수는 “화산 분출 이후 섬의 일부분이 사라진 점을 보면 폭발 당시 산사태가 나면서 쓰나미가 일어났을 수 있다”며 “산사태 쓰나미와 기상해일이 복합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상해일은 공명 현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쓰나미가 한 방향을 향해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쓰나미는 화산을 중심으로 전 방향에서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일본 기상청이 예측하지 못할 정도로 일찍 도달한 첫 쓰나미는 기상해일, 그 뒤 쓰나미는 산사태가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통가 화산 폭발 후 일본뿐 아니라 훨씬 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미국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 심지어 남미의 칠레 코킴보에까지 쓰나미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어떤 유형이든 쓰나미가 일어나면 결과가 비슷해 정확한 원인을 단번에 밝히기 어렵다”며 “현지에서 직접 지형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통가 현지에서는 화산 폭발로 인한 인명피해가 크고 그 규모도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화산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