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 골프대회서 283m 롱기스트상.. "프로골퍼도 꿈꿔요"
■ 우리 직장 高手 - KBO 의무위원 김성갑
키 165㎝에 엄청난 장타력
요즘 비거리 230m로 줄었지만
제 샷에 동반자들 멘털 무너져
입문때 야구 스윙하듯 휘둘러
한달 안돼 드라이버 헤드 깨져
그때 느낀 희열에 ‘골프광’ 돼
구력 28년인데 실전 경험 적어
자주 못나가도 80대 초반 유지
야구든 골프든 힘 빼는게 중요
가평 = 글·사진 오해원 기자
김성갑(60) 한국야구위원회(KBO) 의무위원은 현역 시절 키가 가장 작은 프로야구 선수였다. 165㎝. 하지만 악착같은 플레이를 펼쳐 단신이란 핸디캡을 극복했다. 1985년 데뷔, 1995년 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고 코치, 감독을 차례로 지냈다.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배우 유이가 그의 둘째 딸이다.
야구인 중 골프 장타자가 많다. 특히 야수 출신은 배트를 휘둘렀던 감각이 있기 때문. 김 위원도 그렇다. 체구는 작지만 2011년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310야드(약 283m)를 날려 롱기스트상을 받았다. 지난 13일 경기 가평의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야구부 훈련장에서 만난 김 위원은 “요즘 드라이버 비거리는 230m 정도로 줄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인다”고 말하며 웃었다. 물론 230m도 주말골퍼의 세계에선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티샷을 한 다음 동반자가 2번째 샷을 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남모를 고충이 따른다. 지난해 11월에는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CC에서 동반자의 멘털을 무너뜨렸다. 김 위원이 티샷한 공이 멀리 뻗어 가자, 동반자는 과도한 힘으로 드라이버를 쳤고 연거푸 OB(아웃 오브 바운스)에 발목이 잡혔다. 장타 덕분에 종종 겪는 해프닝이다.
골프인 김성갑의 구력은 28년. 김 위원은 “1994년 시즌을 마치고 집 앞에 생긴 골프연습장에서 한 달짜리 티켓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야구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살아 있는 공(투수가 던진 공)도 때렸는데, 정지한(골프) 공을 못 때릴까.” 김 위원도 그랬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프로야구 선수였으니 공을 때리는 임팩트가 좋았고, 몇 번 휘둘러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 김 위원은 “체구는 작지만 야구 스윙을 하듯 드라이버를 휘두르자 그 힘을 클럽이 견디지 못했다”면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드라이버 헤드가 깨졌는데, 그때 느낀 희열은 더욱 골프에 빠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구력에 비해 실전 경험은 적은 편. 봄부터 가을까지 야구장에서 지내야 했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골프장 나들이는 꿈도 못 꿨고, 은퇴한 뒤엔 곧바로 지도자가 됐다. 현대, 넥센에서 코치와 수석코치, 2군 감독 등 여러 보직을 거쳤다. 2015년 시즌이 끝난 뒤엔 SK(SSG) 수석코치를 맡았고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비로소 자유인이 됐다. 김 위원은 “골프는 필드에 얼마나 가느냐의 싸움인데 1년에 1번도 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80대 초반 스코어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제 자랑 같지만, 오랜만에 필드에 나가도 실력이 줄지 않는다”면서 “베스트 스코어는 3년 전 1오버파”라고 덧붙였다.
야구와 골프는 스윙이 포인트이자 공통점. 김 위원은 야구든 골프든 힘이 아니라 정확하게 공을 때리는 동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야구도, 골프도 스윙은 임팩트가 포인트”라면서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스윙하게 되면 정확한 타격을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비거리를 의식하기보다 두 번째 샷을 잘 칠 수 있는 곳으로 티샷을 보내는 게 유리하다”면서 “첫 번째 샷이 잘 살아 나가면 나머지 샷도 기분 좋게 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꾸준하게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부진 인상을 풍긴다. 김 위원은 “골프를 즐겁게 계속하려면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면서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5월 출범한 KBO 의무위원회 소속. 프로야구·유소년 선수의 부상 치료 및 예방을 돕고 있다. 다음 달까지 2개월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감독이자 제자(서한규)의 요청을 받아 프로선수의 꿈을 키우는 대학생 선수를 지도하고 있다. 그리고 제2의 스포츠 인생을 그리고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투어가 그의 목표. 김 위원은 “아내가 골프 프로도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고 귀띔했다. 김 위원은 “뒤늦게, 나이 60에 벌이는 무모한 일이 아니라 아내의 말처럼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비거리가 더 줄기 전에 프로골프 무대에 서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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