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기집권 위한 포석?..두달 연속 금리 내린 중국
중국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하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5%를 넘기 힘들다는 전망이 이어지자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이다.
중국 당국은 앞서 만기가 돌아온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5000억위안을 회수하고 7000억위안의 신규 대출을 내주면서 2000억위안을 시장에 풀었다. 또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공개시장운영을 통해 총 3600억위안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인민은행은 20일 이달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춘 3.7%로 고시했다. 인민은행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1년 만기 LPR을 0.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중국에서 LPR은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인민은행은 매달 20일 18개 시중 은행이 보고한 LPR 값의 평균을 고시한 뒤, 이를 대출 업무 기준으로 삼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식상으로는 은행들의 보고를 취합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인민은행이 정책 지도를 통해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17일 MLF 금리와 역RP 금리를 내린 만큼 LPR 금리도 인하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류궈창 인민은행 부행장도 18일 “경기의 하방압력이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전까지 경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은 펴지 않을 것”이라며 “통화 총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신용 대출이 갑자기 붕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달보다 인하 폭이 두 배 커진 건 뜻밖이란 반응이 나온다. 궈이밍 주펑자산투자 고문총감은 “전반적인 속도는 비교적 빠르고 시장 예상치를 약간 웃돌았다”며 “MLF와 LPR 금리 인하는 실제 대출금리 하향을 유도할 수 있고, 기업의 융자 비용을 낮추고 시장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5년 만기 LPR도 전월보다 0.05%포인트 낮춘 4.6%로 고시했다.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등에 영향을 미쳐 특히 이목이 집중된다. 토미 셰 싱가포르 OCBC은행 중국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면 약해진 부동산 수요가 회복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지급준비율 인하 등 돈 풀기 정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지방정부에 특수목적채권 발행을 독려하며 인프라 투자 확대에도 나섰다. 하반기부터 코로나19 기저효과가 떨어진 데다 헝다발(發)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소비마저 살아나지 않으면서다. 실제 지난해 1분기 18.3%까지 올랐던 분기 성장률은 2~4분기 각각 7.9%, 4.9%, 4.0%로 급격히 추락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지고 다른 국가들의 생산도 활발해지면 올해 중국 수출은 예년 수준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 확산으로 사실상 무관중 방식을 채택하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 특수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세계은행(WB)은 이에 최근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5.4%에서 5.1%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4.3%로 0.5%포인트 낮췄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올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확정할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더욱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꺼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팅 루 노무라증권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1년 및 5년 만기 LPR은 물론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앞으로 몇달 동안 유동성을 확대하고 위안화 절상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중국 당국이 조만간 부동산 개발업체의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동산 업체들이 그동안 지방정부 규제로 활용하지 못하던 아파트 분양 선수금을 일정 비율 내에서 다른 프로젝트에 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란 설명이다. 지방정부들은 헝다 사태 이후 선수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넣고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통화정책의 디커플링이 외국인 투자자본의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민은행 직속 신문인 금융시보는 지난 6일 칼럼에서 “올해 위안화가 평가절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며 “특히 수입 기업과 외채를 이용하는 기업은 환 위험 회피(헤지)를 효과적으로 해 위안화 평가절하로 초래될 수 있는 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3월, 6월, 9월, 12월 네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가 채권 금리에 반영되면서 2020년 6월까지만 해도 2.5%포인트에 달했던 미·중 10년물 국채 금리차는 최근 0.9%포인트까지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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