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나는 피해 호소인이 아닙니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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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겐 누구나 '잊힐 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잊힐 권리'보다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회복돼야 한다. 제대로 기억돼야 제대로 잊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쓴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천년의상상)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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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힐 권리보다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박 前 시장 가해 실상 및 상처 극복 과정 담아
“안아달라” “몸매 멋지더라” 수없이 문자 보내
“朴 향한 애도는 광기…존엄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어”
“인간에겐 누구나 ‘잊힐 권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잊힐 권리’보다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회복돼야 한다. 제대로 기억돼야 제대로 잊힐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쓴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천년의상상)가 출간됐다. 구체적인 피해 사실과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이어진 2차 가해 실상,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을 담았다.
저자인 김잔디(가명) 씨는 2020년 4월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음을 깨닫고 사건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김 씨는 2015~2019년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는 내내 성적 가해에 시달렸다. 김 씨는 “박 전 시장이 내실에서 둘만 있을 때 안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밤늦은 시간에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손톱 사진 보내줘’ 같은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고 말했다.
김 씨는 2020년 7월 가해자인 박 전 시장이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정신적으로 극히 위태로운 심신 미약 상태에 몰려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는 출판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해 쏟아진 2차 가해에 대해 “박 전 시장을 애도하는 마음이 모여 나를 향한 공격의 화력이 되는 일은 광기에 가까웠다”며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너무나 힘겨웠다”고 돌이켰다. 이어 “처음엔 힘 있는 사람들이 나를 괴롭히는 상황이 고통스러웠으나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훌륭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연해지기 시작했다”며 “그들이 불쌍하고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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