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륙발견·국제교역.. 바다 극복한 자가 역사를 바꿨다

기자 입력 2022. 1. 21. 10:20 수정 2022. 1.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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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학자인 주경철 서울대 교수의 신간 ‘바다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세계 해양사를 고찰한 책이다. 주 교수는 “바다는 ‘검푸른 장벽’이 아닌 역사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게티이미지뱅크

■ 바다 인류 |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뗏목·카누 만들고 이주하며

초창기 인류 삶의 터전 다져

유럽 부흥 이끈 대항해시대엔

식민지 쟁탈하며 세계 틀 형성

증기선 등장·수에즈 운하 개통

글로벌 경제 꽃 피우는 계기로

“바다는 역사 추동해 온 모터

희망과 공포 어우러진 공간”

바다는 인류에게 동경의 대상이자 극복의 대상이었다. 태초부터 인류는 바다 건너 먼 미지의 땅으로 항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서양사학자 주경철의 ‘바다 인류’는 “바다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재해석”한 시도로, 바다를 향한 인류의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교역, 전쟁, 전도, 이민 등 중요한 역사의 흐름이 육상만큼이나 해상에서도 이루어졌다”면서, 바다가 “인류의 역사를 강하게 추동하는 모터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6만∼7만 년 전 초기 무대였던 아프리카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의 무리가 육로가 아닌 바다를 건너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했다. 이들은 타이, 수마트라, 자바, 보르네오 등을 아우르는 큰 대륙인 순다(Sunda)까지 걸어와 “뗏목과 카누를 만들어” 지금의 오스트레일리아, 뉴기니, 태즈메이니아로 이루어진 대륙인 사훌(Sahul)에 도달했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로의 이주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이주는 “한 번에 끝난 것이 아니라 이후에 여러 차례 계속”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바다를 건넌 이들은 “어민 공동체”를 형성했고, “초기 항해와 교역의 주체”로 인류 역사의 한 갈피를 잡아주었다. 초기 항해와 교역의 주체를 다루면서 저자는 우리의 선입관 하나를 바로 잡는다. 흔히 “선원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점점 더 먼 바다로 과감하게 나아간 결과”로, 즉 인류의 모험심 혹은 개척 정신으로 원거리 항로 개척이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렇다. “연안을 따라 늘어서 있는 어민 공동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물품들이 순차적으로 이웃 지역으로 전해져, 결과적으로 먼 지역까지 이동한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교류가 평화적일 수만은 없었다. 고대 말기, 지중해 세계는 “강한 ‘군사화’ 경향”을 보이면서 “교역과 약탈, 거래와 무력 투쟁”이 병존했다. 고대 그리스는 기원전 850∼750년 사이 “전투에 쓰고 교역도 할 수 있는 긴 배들”을 만들었다. 기원전 760∼700년 사이에는 “드디어 노꾼들을 배치한 전함”이 등장한다. 갈수록 전함 성격이 강해졌는데, 적선의 측면을 들이받는 장치인 ‘충각(衝角)’이 그리스는 물론, 페니키아 전함에도 장착되었다. 기원전 5세기경부터 이탈리아 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로마는 기원전 2세기에 이르러 지중해 세계를 통합하는데, “빠른 속도로 강력한 해군력을 양성”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

중국 역시 오랜 기간 동남아시아의 중개를 통해 외부 세계와 교류했다. 기원전 1세기부터 “중동과 그 너머 지중해 세계와 간접 교류”하던 중국은 당 제국에 이르러 해양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었고, 송 제국에 이르러는 적극적인 국제 교역의 주체로 나섰다. 광저우와 항저우 등에 해외무역을 관장하는 시박사(市舶司)를 설치해 한반도와 일본은 물론 페르시아만, 홍해, 인도의 동서 해안 등과 교류했다. 하지만 바다를 통한 해외 팽창에 있어 세계사에 큰 자취를 남긴 것은 유럽이었다. 1000년경부터 활기를 되찾은 유럽은 “바닷길을 열고 세계를 향해” 나아갔다. 지도 제작이 활발해졌고, 다양한 번역서들이 해외로 나가는 함선들의 빛이 되었다.

선두에 선 포르투갈에 이어 에스파냐 등이 뒤를 따랐다. 콜럼버스는 에스파냐 국왕을 설득해 탐험에 나섰고, 신대륙 발견으로 이어졌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네 번째 거주 가능한 대륙의 존재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던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그 이후의 유럽 제국들은 식민지 쟁탈에 혈안이 되었고, 오늘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형성했다.

19세기에 이르러 증기선이 등장하면서 세계는 “전 지구적 해양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19세기 말 수에즈 운하의 개통은 “새로운 해양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이즈음부터 “글로벌 경제”는 꽃을 피울 준비를 마친 셈이다. 안타깝게도 현대의 바다는 위험으로 가득하다. 아시아의 바다는 전쟁의 위험에 내몰렸고, 세계의 바다 곳곳은 해양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환경 측면에서 바다는 막다른 지경이다. 이 와중에 바다를 개발하고자 하는 인류의 열망은 생존을 위한 하나의 탈출구처럼 인식되고 있다. 인류에게 바다는 무엇인지, 그 큰 맥락을 짚고자 한다면 ‘바다 인류’는 일독의 가치가 충분하다. 976쪽, 4만6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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