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박동미 기자 2022. 1. 2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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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은 어떤 존재인가.

작품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예상 밖의 상황, 예외적인 시선을 맞닥뜨리고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전염병 경고 방송이 나오는 지하철, 중국인이냐고 묻는 점원의 찡그린 표정 등 코로나 19 상황을 반영한 소설은 타인에게 냉담해지는 우리의 마음이, 결국 현주가 겪는 '이명'처럼 우리를 괴롭힐 거라고 경고한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나'의 80대 노모가 최유정이 되는, 그러니까 '타인'으로 감각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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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타인’은 어떤 존재인가. 책은 이 근원적 질문에 대한 은희경식 실험이자 답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오랜 시간 꾸준히 읽혀 온 은희경 작가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으로, 표제작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비롯해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연작소설 네 편이 실렸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예상 밖의 상황, 예외적인 시선을 맞닥뜨리고 타인을, 그리고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오랜 친구 사이인 ‘민영’과 ‘승아’가 뉴욕에서 함께 보낸 나날을 그린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는 공유할 수 없는 시간 속에 생겨난 삶의 생채기가 어떻게 관계의 균열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공항에서 만난 날부터 미묘하게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분위기 개선을 위해 애써 보지만, 매번 타이밍은 나쁘고, 결국 서로를 향해 이렇게 읊조리게 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승아) “도대체 쟤는 왜 저러는 걸까.” (민영)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나’는 마흔 여섯에 뉴욕으로 홀로 떠나, 적당히 ‘낯선 관계’에서 해방감을 느낀다. “편안한 언어를 사용하는 대화에서는 자칫 긴장이 느슨해지고 또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정보까지도 노출 되게 마련”이니까. ‘나’는 어학원에서 만난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와 짧은 영어로 친해지며 작은 위안을 발견하지만, 알 수 없고 또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오해’로 멀어진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은 뉴욕 친척 집에 방문한 ‘현주’의 시선. 전염병 경고 방송이 나오는 지하철, 중국인이냐고 묻는 점원의 찡그린 표정 등 코로나 19 상황을 반영한 소설은 타인에게 냉담해지는 우리의 마음이, 결국 현주가 겪는 ‘이명’처럼 우리를 괴롭힐 거라고 경고한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는 ‘나’의 80대 노모가 최유정이 되는, 그러니까 ‘타인’으로 감각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책은 코로나 19로 안과 밖, 그리고 너와 내가 선명하게 구분돼 버린 지난 2년 동안 쓰였다. ‘타인’에 대한 태도가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시대. 은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위축되고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으며 타인에게 공감하려고 애쓰기를”, “고독 속에서 연대하기를” 바랐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이런 바람 덕일까. 네 편의 소설은 종이에 손을 베인 듯 관계에서 오는 아픔을 품고 있으면서도 열심히 환한 곳을 향해 창을 낸다. 창 너머 풍경에 대해선, 이 소설에 대해을 “깊고 아름다운 우주”라고, “은희경의 이름은 은희경”이라고 평한 백수린 소설가의 말로 대신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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