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용 적자국채만 11.3조..'나랏빚 1075조 폭증' 재정건전성 흔들

김혜지 기자 입력 2022. 1. 21. 10:00 수정 2022. 1. 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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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증가세 불붙어..文정부, 임기종료 직전 추경
재정 '출구전략' 부재..임기 내 재정준칙 법제화 무산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새해가 불과 3주밖에 지나지 않은 21일 정부가 14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내놓으면서 나랏빚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1조원이 넘는 적자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연말이면 1075조원을 돌파한다.

게다가 현 정부는 임기 종료를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추경안을 발표했다. 거리두기 연장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이 붙었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지원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등 선거를 노린 '돈풀기 경쟁'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를 예고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2022년 추경안을 의결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작년 초과세수를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 등에 활용하기 위한 '원 포인트' 추경안이다.

추경안의 핵심은 소상공인 320만명에 대한 1인당 300만원의 방역지원금(총 9조6000억원)이다. 여기에 소상공인 손실보상 규모를 기존보다 1조9000억원 더 늘려 최대 500만원을 보상받도록 할 계획이다.

총 14조원의 예산 중 80%가 넘는 11조5000억원이 소상공인 지원으로 설계됐다.

이밖에 방역 보강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며, 1조원의 예비비도 추가 확보한다.

2022년 추가경정예산 소상공인 지원 방안. © 뉴스1

◇'소상공인 지원' 누가 마다할까…문제는 거듭된 재정 악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재정 건전성이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위해 올해 국채를 11조3000억원 더 발행하기로 했다. 또 기금의 여유 자금을 모아놓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2조7000억원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추경은 지난해 초과세수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므로 국채 발행은 없어야 했다. 하지만 법률상 전년도 초과세수는 4월 국가 결산이 끝난 이후에야 활용할 수 있어서 당장은 적자국채를 찍어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올해 본예산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한 1075조7000억원이 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0%에서 50.1%로 높아진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8조1000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본예산 대비 14조원 크게 확대된다.

◇재정 악화 속도 빨라…저출산·고령화 선두 韓 '치명적'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아직 국제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최근 악화 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국가채무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해도 660조2000억원, GDP 대비 36% 수준이었다. 이어 2018년 680조5000억원(35.9%), 2019년 723조2000억원(37.7%)으로 증가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확산을 맞은 2020년 846조6000억원(43.8%)으로 한 해 만에 100조원 넘게 급증하더니, 코로나 2년차인 지난해에도 100조원 이상 불어나 965조3000억원(47.3%)까지 치솟았다.

결국 정부는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가 연말 1000조원을 넘어설 것(1064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문재인정부에서만 400조원이 급증한 것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50%에 정확히 다다를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추경안까지 더하면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는 가속 페달을 밟는 셈이다.

다른 선진국도 비슷한 재정 악화 문제를 겪고 있지만, 대부분 재정 관리 압박이 덜한 기축통화국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와 노년 부양비 증가로 인해 향후 수십년간 복지 지출이 급증하는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곳간을 아껴둬야 보릿고개에 견딜 여력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재정 건전성 '출구 전략' 안 보여…임기 내 재정준칙 도입 무산

정치권은 정부가 추경 편성을 준비하자마자 여야를 막론하고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국민의힘은 소상공인 지원금을 3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릴 것과 손실보상 범위를 전액 보상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는 추경 요구사항을 정부에 전달했다. 이렇게 되면 추경안은 최소 32조원으로 증액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9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최대 55조까지 늘리자는 요구안을 제시했다"며 "저 역시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앞선 당정 협의에서 설 전 25조~30조원 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전문가들은 당장에 어려운 소상공인 상황을 들어 추경을 추진할 순 있지만, 빠르게 악화하는 재정 건전성에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목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의 뜻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돈을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어떻게 얘기하겠나"라며 "다만 이번 추경에 더해 새로 출범할 정부와 잘 논의해서 종합 계획을 만들어놓고 나가겠다면 멋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재정준칙 법제화는 정치권에서 뒷전이 된 모양새다. 지난 2020년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60% 이내,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마이너스(-)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안을 발표하고 그 근거를 국가재정법에 담기로 했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만 1년째 방치됐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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