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차방정식으로 가득찬 문재인 정부의 국정인계서 [여기는 논설실]

윤성민 2022. 1. 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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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3년간 질질 끌어온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가 결국 다음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대선 이후로 결정 시기를 미뤘다.

중고차 판매 업계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2019년 2월)을 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그동안의 시장 변화를 감안해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연기 명분이다. 참으로 궁색한 변명 뒤에 있는 진짜 이유는 중고차 판매 업계와 완성차 업계간의 첨예한 갈등이다. 소비자들은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이미 수입차 업체들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중고차 판매업을 ‘소상공인 보호막’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기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중기부가 눈치보기로 시간을 끌면서 소비자들은 계속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 당사자들이 팽팽하게 맞설 때 갈등 조정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그래서 정치가 있는 것이다. 정치를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도 난제 해결의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어려운 일은 미루고 생색내는 일에는 앞장서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는 조그마한 사례일 뿐이다. 문 정부의 숙제 미루기로 차기 정부의 국정 인수인계서에는 머리를 질끈 동여맬 고차 방정식들이 수두룩히 쌓이게 됐다.

대표적인 게 연금개혁이다. 역대 정부는 국민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연금개혁에 어느 정도 손을 댔다. 김영삼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3%에서 6%로 높였고, 김대중 정부는 다시 9%로 인상했다. 노무현 정부는 연금 수령액을 생애평균소득 대비 60%에서 40%로 줄였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 연금을 일부 손질했고,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보험료율을 18%로 올렸다.

반면 김대중 대통령 이후 공적연금 개혁에 일절 손을 대지 않는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차 재정 재계산 결과에 기초한 국민연금 제도 발전위원회의 개편안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 뒤 문 정부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실종됐다. 문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완전히 방치함에 따라 국민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매일 약 81억원, 5년간 최소 15조원에 이른다는 추계가 나와 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은 90년대생부터는 국민 연금을 한푼도 못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연금 개혁이 그만큼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방치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미래세대에 전가될 것이다. 내년에는 국민연금 5차 재정 재계산을 하게 된다. 총선과 맞물려 있어 이를 바탕으로 한 연금개혁 작업 역시 만만찮은 난제가 될 것이다. 게다가 문 정부의 직무 유기로 차기 정부의 연금개혁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처럼 힘든 일은 미루면서 돈풀어 생색나는 일에는 적극적이었다. ‘정부가 고용주’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던 고용 정책의 결과를 보자. 2016년 8.9% 였던 공공부문 고용 비중은 작년에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공무원 정원을 11만명 늘린 것은 물론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풀 뽑기, 전등 끄기, 휴지 줍기 등 이른바 ‘관제 세금 알바’를 대폭 늘린 영향이다. 그렇게 5년산 쏟아부은 일자리 예산이 120조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양산됐지만, 민간에서 세금 내는 주40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일자리’는 195만개가 사라졌다. 기업의 고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촛불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인 노조 밀어주기에도 앞장섰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획일적인 주52시간제 도입 , 기업규제 3법 도입 등이다. 그 덕에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노조원은 5년 동안 42%나 늘었다. 반면 철밥통 노조의 기득권에 부딪혀 대졸자 고용률은 사상 최저(65.1%), 청년 실업률 24.9% 등 ‘고용 참사’를 빚어냈다.

좋은 일은 임기중에, 힘들고 나쁜 일은 임기 후로 미루왔던게 문 정부 5년의 국정 운영 패턴이다. 임기중 국가채무를 400조원 늘려 나라빚 1000조원 시대를 만들었다. 자신들이야 공치사를 즐겼을지 모르지만, 차기 정부와 국민들이 그 덤텅이를 써 비명을 지를 판이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에는 손에 물도 안 묻히면서 세금 퍼붓기에만 골몰한 문 정부는 무책임한 국정의 전형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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