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 든 의원들 협박 의혹까지.."영국 총리 외통수 갇혀"

‘파티게이트’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정치 생명이 백척간두에 선 가운데 이번엔 반기를 드는 의원들이 협박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당 중진인 윌리엄 래그 하원 행정·헌법위원장은 20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최근 몇몇 의원들이 총리 불신임 투표를 원한다고 밝혔다가 원내총무로부터 위협을 받았으며, 그 중엔 협박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례가 있으면 하원 의장에게 신고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단 존슨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그런 의혹을 뒷받침하는 어떤 증거도 듣거나 보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전날 보수당을 탈당해 노동당에 들어간 크리스천 웨이크퍼드 의원은 정부 정책을 지지하지 않으면 지역구 학교 신설 예산을 보류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를 끌어내릴 때 핵심적 역할을 했던 스티브 베이커 의원은 BBC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존슨 총리가 외통수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여당 초선 의원들뿐 아니라 중진 의원들까지 비판 목소리를 높이면서 존슨 총리의 입지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존슨 총리 측은 내각부 산하 예절·윤리팀 국장인 ‘수 그레이’의 조사 보고서를 기다려보자며 시간을 벌었지만, 이제는 보고서 내용에 관해 우려하고 있다. ITV의 정치 에디터는 트위터에 한 고위직 관계자가 존슨 총리의 비서에게 문제가 된 2020년 5월 20일 파티에 관해 경고한 이메일을 조사팀이 찾았다고 밝혔다. ITV는 새로운 증거가 자꾸 나오고 있어서 보고서 발표가 다음 주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사지드 자비드 보건 장관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총리실 파티에 관해 인정하고, 이 문제가 민주주의와 총리에 관한 신뢰에 피해를 줬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를 향한 분노 지수는 올라가고 있지만 아직 불신임 투표에 필요한 정족수는 채워지지 않았다. 한편으론 전날 웨이크퍼드 의원 탈당과 중진 데이비드 데이비스 의원의 강력한 비판 이후 반발심리로 오히려 3∼7명이 불신임 투표 요구를 거둬들였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지금까지 약 20명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총리는 2024년 총선까지 굳건히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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