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학생문화예술관람비지원사업 기대

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2022. 1. 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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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 대전예술의전당 기획운영팀장

클래식 음악회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중학교 때, 음악선생님의 권유로 관람한 어느 연주단체의 공연이다. 2층 객석에서 바라본 낯선 풍경들과 처음 들었던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뮤직'의 감흥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고등학교 때 음악선생님은 교향곡 한 곡 정도는 기억하라며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의 주제를 계명으로 외우게 하셨고, 덕분에 그 곡은 평생 잊지 못하는 교향곡이 됐다. '도 솔도시도레 솔 시도레솔 라시도 솔~' 

언뜻 생각해 보면 공연기획자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중·고교 음악선생님의 강제적인(?) 권유로부터 시작된 것이니, 첫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10월, '대전광역시 문화예술관람비 지원 조례'가 제정됐다.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이 사업은 청소년기의 문화예술 체험을 통해 정서적 안정과 창의력 증진에 도움을 주며, 이를 통해 지역예술생태계를 활성화하자는 목표로 시작됐다. 토론회 등의 준비과정과 시범 사업을 거쳐 그동안 나타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제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단체관람의 기준 및 허용, 공연·전시 선정 기준 등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정책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에도 이와 유사한 사업이 있다. 전국의 18세 청소년 모두(약 80만 명)에게 문화생활비로 300유로(약 40만 원)를 지급한 사업이다. 하지만 전체 예산의 75%에 달하는 사용액이 단순 도서 구입으로 사용, 그 중 3분의 2가 일본만화책 구입에 사용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다행히도 대전의 사업은 공연과 전시 관람을 위한 지원이기에 그런 부작용들은 없을 듯하다. 

대전의 '문화예술관람비지원사업'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첫 경험을 하게 될 청소년이 분명 있을 것이다. 청소년기의 다양한 경험이 삶의 질이 높아진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문화예술을 경험하는 청소년이 많아지면 그 시장을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고, 특히 예술인들에게도 큰 힘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다.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면 나타나는 문제점이 많다. 그러나 문제점들에만 갇혀 사업의 성패를 가리려 하지 말고, 지금의 열매보다는 더 큰 열매를 얻기 위한 혜안과 인내가 필요하리라 본다. 청소년을 위한 이 사업이 침체된 지역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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