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콘크리트 수사에.. 긴장하는 광주 레미콘업계

광주=고성민 기자 2022. 1.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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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에 사용된 콘크리트 품질 불량 가능성을 수사하자, 광주 레미콘 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19일 찾은 광주광역시 소재 한 레미콘 공장. /고성민 기자

지난 19일 찾은 광주광역시 소재 A사 레미콘 공장에서는 평소와 다름없이 레미콘 차량이 드나들며 건설 현장에 레미콘을 공급하고 있었다. A사는 화정아이파크에 콘크리트를 공급한 총 11개 업체 중 한 곳이다. 이 공장의 현장소장은 기자에게 “본사 홍보팀과 연락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서울 본사 관계자는 통화에서 “화정아이파크 201동에 마지막으로 레미콘을 납품한 날짜는 지난해 9월이었고, 이후 화정아이파크에 타설한 적 없다”고 했다.

같은날 찾은 B사의 광주 레미콘 공장에서도 관계자가 “업무 중이니 나가 달라”며 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B사 역시 화정아이파크에 콘크리트를 공급한 업체다. 이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도 이 공장을 찾아왔는데, 관계자는 “사고 관련 조사를 위해 공장을 찾았지만, 담당자를 만나지 못해 큰 소득 없이 돌아왔다”고 했다.

B사는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레미콘 기업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광주지역 자회사다. 서울 모회사 관계자는 “레미콘사가 현장에 레미콘을 배송하면, 시공사 측에서 펌프카(콘크리트를 고층으로 올려주는 장비)를 통해 고층으로 레미콘을 운반해 타설한다”면서 “타설 공정은 시공사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복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는 층별로 각각 다른 레미콘사가 레미콘을 공급했다. 경찰이 콘크리트 품질을 확인하기 위해 층별로 샘플을 채취한 것도 이 때문이다. 화정아이파크 시공 현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총 11개 업체가 화정아이파크 201동에 레미콘을 납품했고, 붕괴한 층(23~38층)에도 층별로 납품이 이뤄져 8~9개 업체가 화정아이파크에 납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대형 레미콘사의 지역공장뿐 아니라 지역 소재 중소 레미콘 제조사들도 상당수 이 현장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콘크리트 품질 불량 가능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 불량과 지지대(동바리) 미설치 등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부실시공이 사고 주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부실 콘크리트를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콘크리트는 시멘트, 모래, 자갈, 물 등으로 이뤄지는데, 배합률을 지키지 않거나 기준치를 넘어 시멘트에 물을 섞으면 품질 불량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고 이튿날인 지난 12일 레미콘 공급업체 한 곳을 압수수색하고 지난 17일엔 레미콘 공급업체 10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현장에 품질이 떨어지는 불량 레미콘을 납품한 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과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18일 화정아이파크 201동과 비슷한 시기에 타설된 인근 203동 38층과 104동 34~35층에서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했다. 콘크리트 압축 강도 시험을 진행해 불량 콘크리트가 쓰였는지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김형기 조선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화정아이파크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불량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산업표준(KS) 규격에 맞는 콘크리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KS규격에 맞는 골재(모래·자갈)가 갖춰져야 하는데, 전국적으로 좋은 골재가 사라져 저품질 모래와 자갈이 쓰이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중국인 작업자가 촬영한 영상을 봐도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저품질 콘크리트가 쓰였다는 점이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39층 타설 현장에서 촬영된 해당 영상을 보면 가운데가 움푹 파 들어가 물이 고여 있고 옆으로는 자갈이 울퉁불퉁한데, 정상 콘크리트는 그럴 수 없다”면서 “콘크리트는 시공상 문제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재료인데, 재료 자체 문제가 있으니 시공에서 조금 틀어졌을 때 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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