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숏폼'에 빠진 대선주자들, 공약은 놀이가 아니다

이은영 기자 2022. 1.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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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이재명. 나의 머리를 위해."

윤 후보는 이같은 방식으로 '등하원 도우미 소득공제', '만 나이 통일', '법인명의 슈퍼카 색상 번호판 적용'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소개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 올린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짧은 글귀를 시작으로 '단문 공약'도 시작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의 공약은 흥미만 끌면 전부인 놀이 문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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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앞으로, 제대로. 심는다, 이재명. 나의 머리를 위해.”

시작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였다. 지난 4일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15초짜리 ‘쇼츠(shorts)’ 영상이 화제가 된 것이다. 탈모 관련 지원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영상이었다. 열흘 뒤 올라온 ‘탈모공약, 진심입니다’라는 제목의 31초짜리 쇼츠 영상도 비슷했다. “웃음보다 진심으로”,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을 것”, “공약 앞으로, 실천 제대로”가 메시지의 전부였다.

이 후보의 ‘숏폼(short-form) 공약’이 화제가 되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가세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부터 유튜브 채널에 59초짜리 공약 소개 쇼츠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이 일상 속 불편함을 다룬 상황극을 하면, 이들의 민원을 접수한 윤 후보가 “좋아, 빠르게 가”라고 외친다. 두 사람에게 윤 후보가 해결사가 되어주는 식의 전개다. 윤 후보는 이같은 방식으로 ‘등하원 도우미 소득공제’, ‘만 나이 통일’, ‘법인명의 슈퍼카 색상 번호판 적용’ 등 생활밀착형 공약을 소개했다.

윤 후보는 지난 6일 페이스북 올린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짧은 글귀를 시작으로 ‘단문 공약’도 시작했다. 이어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봉급 월 200만원’ 등이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질세라 ‘10년 안에 노벨과학상 수상 국가를 만들겠습니다’, ‘우리말을 배우고 익히는 2~7세 어린이들에게 투명마스크 무상 지급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무당층 비율이 가장 높아 이번 선거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MZ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참신한 선거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화제가 된 단문 메시지만으로 공약에 담긴 고민을 파악할 수 있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짧은 영상과 쉬운 글로 유권자들의 눈길은 끌게 됐지만, 이 정책이 왜 필요하며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메시지는 실종된 것이다.

탈모 공약으로 이목을 끈 이 후보는 지난 18일 또다시 이와 관련한 57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내용은 여전히 “젊은이들이 탈모 약값을 부담스러워 한다”, “탈모 정책은 미용이 아닌 고통 완화”에 그쳤다. 왜 비급여 항암제를 제쳐두고 탈모약을 더 서둘러 지원해야 하는지, 수천억원 적자에 놓인 건보 재정은 어떻게 개선할 건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윤 후보의 페이스북 단문 공약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양성평등가족부 개편’이었던 기존 입장에서 더 나아가 ‘여가부 폐지’라는 화끈해 보이는 공약을 꺼내들었지만, ‘남녀 갈라치기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의 질문에는 “국가와 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달라”며 말을 아꼈다. 선대본부 측은 “메시지에 설명이 좀더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후보가 이를(짧은 메시지의 강점) 이해하고 결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모든 공약은 철학과 실현 방안이 나와야 의미가 있다.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공약은 재원을 어떻게 만들 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 ‘뜬구름 잡기’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대선 후보의 메시지 실종은 유권자의 알권리 침해와 같다.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알권리 침해를 결단한 것이라면, 결단을 재고해야 한다. 숏폼 콘텐츠가 대세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대선 후보의 공약은 흥미만 끌면 전부인 놀이 문화가 아니다. 짧고 강렬하게 내지른 뒤 ‘아무튼 잘해보겠다’는 식의 공약은 곤란하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만약 유권자들을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는 정치인이 대선 후보로 나섰다면, 참혹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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