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속에서 현실로 돌아온 '반전의 노장' 에스코바[슬로우볼]

안형준 2022. 1. 2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엔 안형준 기자]

알시데스 에스코바는 2021시즌 가장 놀라운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시즌 중반 워싱턴 내셔널스 유니폼을 입었고 7월부터 75경기에 출전했다. .288/.340/.404 4홈런 28타점 3도루. 어마어마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3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워싱턴 타자 중 타율 4위였다.

에스코바는 사실 '추억 속 인물'에 가까웠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주전 유격수였고 2014-2015년 캔자스시티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었지만 2018시즌을 끝으로 빅리그 무대에서 모습을 감췄다. 2018시즌 종료 후 FA가 돼 캔자스시티를 떠난 에스코바는 보티모어 오리올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쳤지만 빅리그 무대에 오르지 못했고 2020시즌에는 태평양을 건너 일본 프로야구 무대로 향했다.

메이저리그 '왕년의 스타'가 태평양을 건너는 것은 사실상 마지막 선택. 1986년생인 에스코바는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에서 104경기 .273/.312/.329 1홈런 30타점 6도루의 특별할 것 없는 성적을 남겼고 결국 1년만에 일본 무대에서도 떠났다. 그렇게 잊히는 듯했던 에스코바는 다시 빅리그로 돌아왔고 놀라움을 선사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에스코바는 2003년 밀워키 브루어스와 국제 아마추어 계약을 맺으며 미국 무대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성장이 그리 빠르지 못했던 에스코바는 2007-2008년 싱글A와 더블A에서 맹활약하며 주목을 받았고 2008년 빅리그 데뷔까지 이뤘다. 2009-2010시즌 TOP 100 유망주에도 선정된 에스코바는 2010년 12월 캔자스시티와 밀워키가 단행한 빅딜로 캔자스시티로 이동했다. 잭 그레인키가 밀워키 유니폼을 입고 에스코바와 로렌조 케인이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은 그 트레이드였다.

2010년 밀워키 주전 내야수로 뛴 에스코바는 캔자스시티에서 부동의 주전 유격수가 됐다. 캔자스시티가 2014-2015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함께 '주가'가 올랐지만 사실 개인 성적이 아주 뛰어났던 적은 없었다. 2012시즌 155경기에서 .293/.331/.390 5홈런 52타점 35도루를 기록한 것이 커리어하이 기록. 캔자스시티에서 8년을 뛰며 시즌 OPS가 0.700 이상이었던 시즌도 2012년 단 한 번 뿐이었다.

수비 측면에서는 평균 이상이었지만 공격은 빠른 발을 제외하면 늘 평균 이하였던 에스코바는 캔자스시티에서 8시즌 동안 1,245경기에 출전해 .259/.292/.344 36홈런 390타점 160도루를 기록했다. 2015년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사실 시즌 성적은 커리어 최악에 가까웠다. 당시 올스타 투표는 캔자스시티 팬들의 '묻지마 몰표'로 인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8시즌을 끝으로 캔자스시티를 떠난 것도, 이후 빅리그 로스터에 오르지 못한 것도 결국 기량의 문제였다.

하지만 에스코바는 포기하지 않았고 3년만에 다시 빅리그로 돌아왔다. 지난해 5월 사실상 '친정'인 캔자스시티와 계약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에스코바는 7월 워싱턴으로 이적했고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 일찌감치 포스트시즌 경쟁을 포기한 워싱턴은 주전 유격수인 트레이 터너를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했고 스탈린 카스트로까지 경기 외적인 구설에 시달리며 내야에 공백이 생겼다. 빅리그에서 10년 이상을 뛴 베테랑 에스코바는 그 공백을 제대로 채우며 워싱턴에 '선물'같은 존재가 됐다.

지난해 활약을 인정받은 에스코바는 워싱턴과 1년 100만 달러 재계약을 맺었다. 100만 달러는 연봉조정신청 1년차 선수들의 통상적인 연봉보다도 낮은 수준. 하지만 이제는 끝이라고 생각했던 노장이 돌아와 인정을 받았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에스코바는 지난해 상당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리그 전체적으로 보면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세부지표에서 상당한 상승이 있었다. 배럴타구 확률(3%), 발사각도(1.1도), 스윗스팟 명중율(36.3%), 기대타율(0.272), 기대장타율(0.364), 기대가중출루율(0.310) 등 지표에서 모두 스탯캐스트가 도입된 2015년 이후 개인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빗맞은 타구 비율이 무려 10.5%에 달했고 평균 타구속도 역시 시속 81.7마일로 리그 평균(88.3마일)은 물론 개인 통산 기록(84마일)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깜짝 반전을 만들었지만 35세가 된 에스코바는 사실 언제 기량이 더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다. 장타력이 강점인 선수는 아니지만 눈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도 아니다. 30대 중반이 된 만큼 에스코바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인 빠른 발은 더 무뎌질 수 밖에 없다. 통산 타율이 0.259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교함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워싱턴 역시 이런 점을 모두 감안해 연봉 100만 달러의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언제든 마지막이 될 수 있다. 직장폐쇄로 오프시즌이 한 달 넘게 멈춰있는 올겨울 메이저리그에서는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었다. 에스코바 역시 언제 그라운드를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에스코바의 빅리그 12시즌 통산 성적은 1,512경기 .259/.295/.347 45홈런 470타점 177도루다.

'추억 속 선수'에서 현실로 화려하게 돌아온 에스코바가 과연 어떤 2022시즌을 보낼지, 2022시즌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지키는 선수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알시데스 에스코바)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en@newsen.com copyrightⓒ 뉴스엔.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