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경미한 침입' 우크라이나 사태 발언 논란에 진땀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2. 1. 2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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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등 '러시아의 경미한 침입은 용인하겠다는 뜻?' 반발에
"바이든 "어떤 러시아 병력도 우크라 국경 넘어 이동하면 침략..가혹한 대응"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및 도발 정도에 따라 미국의 대응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수습에 나섰다. 전날 그는 백악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는 전면전 성격의 침략을 강행하면 용납하지 않겠지만, 그에 이르지 않는 부분적 침입의 경우 미국을 포함한 나토 회원국 간 제재 수위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소규모 공격을 허용한 꼴 아니냐”며 반발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절대적으로 분명한 사실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의 집결한 군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 이는 침공이다. 이 경우 러시아는 가혹하고 조율된 경제적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바이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invasion)하면 재앙이 될 것”이라며 “만약 러시아가 경미한 습격(minor incursion)을 할 경우 어떤 제재를 할지를 놓고 다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푸틴은 전면전(full-blown war)을 원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러시아가 도발을 할 경우 미국도 과감한 조치를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는데, 사실상 ‘경미한 습격’을 언급하는 것은 불필요한 발언이었다는 평가가 곧바로 나왔다. 러시아가 경미한 수준의 침입을 할 경우 강한 대응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유럽 간 일치되지 않은 상황이 푸틴 대통령을 더 대담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전날 백악관은 기자회견 직후 젠 사키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배포해 해명에 나섰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경험으로 러시아가 사이버 공격과 불법 무장단체 전술 등 군사 행동에 약간 못 미치는 공격 전술을 폭넓게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며 “러시아가 이 같은 침략 행위를 할 경우 결정적이고, 상호적이며, 단결된 반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미한 습격’을 사이버 공격 등으로 한정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어떤 소규모 침입과 작은 나라도 없다는 점을 강대국에 상기시키고 싶다”며 반발했다. 이어 “마치 ‘경미한 인명피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이 작은 일이 없듯이”라고 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푸틴 대통령이 침공을 택한다면 러시아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는 그간 도발을 하기 위해 명시적인 군사적 행동이 아닌 다른 방법을 써온 역사가 있다”며 “러시아 군인들이 러시아 군복을 입지 않고, 회색 지대(gray zone)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러시아가 위장 전술을 통해 돈바스 지역에 침입(incursion)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이날 독일 외무장관과 회담 후 기자 회견에서 “러시아는 전술상 여러 가지 수단을 활용하는데, 하이브리드 공격이나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 준 군사작전 등의 시나리오도 동맹국 간에 모두 검토했다”며 “모두 공동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보전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공격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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