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스며드는 '라방', 숨은 명소 기습한다..상생은 '덤'

옥기원 2022. 1. 2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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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를 눌러 쓴 쇼호스트의 호통 소리가 50여평 남짓 식당에 울려 퍼졌다.

점심을 먹던 한 손님이 "고마 하고 밥이나 묵으라"고 재치있게 받아치자 식당 안은 웃음바다가 됐다.

지난 19일 정오 부산 서면에 있는 한식당 사미헌은 점심을 먹는 손님들과 방송 촬영팀으로 북적였다.

이수현 티몬 홍보실장은 "지역에도 좋은 상품과 명소가 많은데 수도권과 접근성 때문에 잘 조명받지 못했다"며 "젊은 소비층의 인기가 높은 라방이 지방을 조명한다면 지역 경기에도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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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라이브커머스 방송 동행해보니

"갈비탕 삼행시" 실시간 먹방
"고마 하고 밥이나 묵으소"
식사 손님 한마디에 웃음바다
티몬, 창원 등에 제작팀 파견
쓱닷컴, 제주 지역상품 발굴
"젊은층 호응..지역경기 선순환"
19일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식당 사미헌에서 쇼호스트 김기환씨가 손님과 대화하는 장면이 촬영되고 있다.

“마! 내가 느그 사장이랑 부산에서 갈비탕도 묶고, 다 했어!”

빨간 모자를 눌러 쓴 쇼호스트의 호통 소리가 50여평 남짓 식당에 울려 퍼졌다. 점심을 먹던 한 손님이 “고마 하고 밥이나 묵으라”고 재치있게 받아치자 식당 안은 웃음바다가 됐다. 쇼호스트와 손님 간 ‘티키타카’ 만담이 라이브커머스 방송(라방)으로 실시간 송출되는 중 모니터에선 “갈비탕으로 삼행시 부탁해요”, “다 드신 갈빗대 인증해주세요” 등 누리꾼들의 요구 글이 빗발쳤다.

지난 19일 정오 부산 서면에 있는 한식당 사미헌은 점심을 먹는 손님들과 방송 촬영팀으로 북적였다. 지역 맛집과 명소를 소개하기 위해 이커머스 11번가가 기획한 라이브커머스 부산특집 방송(라방) 촬영이 한창이었다. 식당 직원들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재확산한 뒤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시끌벅적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식당 2층 홀에선 대표 메뉴인 갈비와 불고기 ‘먹방’이 촬영되고 있었다. 고정 카메라 3대와 실시간 댓글을 볼 수 있는 대형 모니터, 음향장비 사이로 방송팀, 음식준비팀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에 담긴 “갈빗대를 잡고 뜯어달라” 요구에 따라 쇼호스트가 맛깔스럽게 갈비를 먹자 ‘상품 구매 인증’ 댓글이 줄이어 올라왔다.

평일 점심시간인데도 반응은 뜨거웠다. 동시접속자가 5천여명에 달했고, 1시간 동안 2천만원 넘는 매출을 발생했다. 전날 저녁 부산 웨스틴조선호텔과 이날 오후 엑스 더 스카이 전망대를 소개하는 방송의 총 누적 접속자는 85만여명, 총 매출은 1억2600만원에 달했다. 호텔 숙박권과 전망대 이용권 판매는 부산 여행 수요로 이어져 지역의 파생 수익 유발 효과는 더 크다. 기존 텔레비전 홈쇼핑과 달리 판매자와 구매자 간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다는 라방의 장점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접 가기 어려웠던 지방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다는 점이 시청자가 몰린 요인으로 꼽혔다.

조영래 11번가 프로듀서는 “지역 명소를 찾고 섭외하는 준비 과정이 두 달 이상 소요된다”며 “상품 판매를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의미도 있어 뜻깊다”고 설명했다. 조신애 사미헌 점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텅 빈 식당에서 손님을 기다려야 했는데, 방송으로 매출도 오르고 직접 찾아오는 손님도 생길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19일 저녁 부산 해운대의 엑스 더 스카이 전망대에서 쇼호스트 최슬기, 김기환 씨가 진행한 부산특집 라방의 장면. 11번가 누리집 갈무리

■ 지방으로 향하는 라방 “지역 경기에 선순환”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는 추세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소비를 넘어 지역 특산물과 특색 있는 장소를 발굴해 상품화시키려는 목적이다. 유명인과 인기상품을 앞세워 판매량과 매출에 초점을 맞춘 기존 라방을 넘어 지역과 상생하는 의미까지 더해진 새로운 경향이다.

티몬의 경우, 경남 창원 등 지역에 상품기획자와 촬영팀을 장기간 파견하는 방식으로 지역 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북 포항시와 전라남도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지에 ‘라방 스튜디오’를 만들어 상시적으로 현지 상품을 판매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엔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 현지에서 독도 관련 단체를 위한 후원 생방송을 진행했고, 11월엔 포항 국제불빛축제 현장을 중계하며 지역 특산품인 과메기 등을 판매해 호응을 얻었다.

에스에스지(SSG) 닷컴은 제주 등 지역 상품을 발굴해 소개하는 라방을 수차례 이어오고 있다. 에스에스지는 “상품 경쟁력은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소기업·소상공인 상품을 발굴해 판매한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티몬 홍보실장은 “지역에도 좋은 상품과 명소가 많은데 수도권과 접근성 때문에 잘 조명받지 못했다”며 “젊은 소비층의 인기가 높은 라방이 지방을 조명한다면 지역 경기에도 선순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사진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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