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가" 떼쓰면 "힘들구나" 공감해주세요

한전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2022. 1.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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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행복입니다]

현대사회에서 인재를 평가하는 데는 ‘됨됨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취업 포털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60% 이상이 경력직 채용 시 평판 조회를 하며 업무 능력보다 상사·동료와의 대인 관계부터 묻는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학교생활기록부와 자소서 등을 통해 인성 점수를 매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시대에 인간 고유 역량의 가치가 더 부각되는 것이다. 올바른 인성은 어떻게 기를까?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아이와 대화하느냐가 중요하다.

◇'마음’에 관련된 말들

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는 영유아기부터 사춘기까지 발달한다. 이 시기 부모의 언어와 태도가 자녀의 정서 지능과 향후 사회적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동 발달 분야의 국내외 연구들은 ‘부모가 자녀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준다. 발달심리학 저널에 실린 영국 요크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마음에 관련된 말(mind-related comment)’을 자주 접한 아동일수록 특정 상황의 기저에 있는 정서와 사고를 파악하는 능력 점수가 높았다. ‘배려’의 자질을 갖추게 되는 아이들이다.

각자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부모의 상(像)은 텍스트(말)가 아닌 얼굴(이미지)이다. 잊지 못하는 부모의 모습에는 ‘정보’가 아닌 ‘정서’가 담겨 있다. 먼저 아이 키 높이에서 눈을 맞춰보자. 아이의 표정과 몸짓을 살핀다. 먼저 미소를 띠고, 가벼운 포옹도 해주면 좋다. 아이와 대화할 때 가급적 다른 일은 중단한다. 아이와의 대화 자체가 중대한 부모 역할이다. 반드시 어떤 해결책을 찾거나, 문제의 결론을 내기 위해서 대화하는 것은 아니다. 일방적인 지시만 하거나, 계기가 생겼다고 쏟아붓거나, 한꺼번에 모두 해결하려 하는 것은 곤란하다.

◇비난·비교·낙인은 금물

아이에게는 ‘공감적 대화’가 효과적이다.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에게 ①”그렇게 게을러서는 시험 점수가 안 나올 텐데” ②”네 형은 그런 적 없는데” ③”그런 태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①비난·비꼬기 ②비교 ③낙인은 절대 피해야 한다. 아이가 입을 닫게 만들 뿐이다.

이보다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등 공감하는 반응으로 시작해보자.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이유가 있니?”라고 열린 질문을 하거나, “너무 피곤해서 학원에 갈 수 없구나”라고 상황에 대해 확인한다. 객관적 언어를 쓴다. 부정적인 단어나 상황을 지나치게 규정하는 표현은 피한다. 아이가 말을 시작하면 중간에 끊지 않고 들어준다.

그러고 나서 “조금만 쉬었다 가거나, 학원에 다녀와서 푹 쉬면 어떠니”라고 하거나 “정 싫으면 먼저 학원 선생님한테 허락받아 보고, 내일 갈지 결정해보자”는 식으로 선택지를 줘 보자. 그러면 아이도 상황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이때 부모의 말은 아이를 위한 언어가 된다. 아이들은 부모가 반드시 옳은 말이나 해결책을 주기보다 자기 감정을 읽어줬다는 사실만으로 신뢰의 감정을 더 느낀다. 아이가 미처 표현하지 않은 감정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부모 역할이다.

◇노력하는 부모가 있을 뿐

그럼에도 아이와 소통할 때 매우 힘든 순간들이 있다. 끓어오르는 감정을 부여잡고 항상 좋은 부모답게 행동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부모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완벽한 부모보다 노력하는 부모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화가 날 때는 부모가 잠시 대화를 멈췄다가 진정되면 다시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짧게 말하고, 많이 듣는다’는 법칙은 아이들과 대화에도 적용된다. 존중, 배려, 감사, 공동체 의식. 부모가 전달해줄 가치는 많다. 따뜻한 대화법을 일상화해 아이의 인성을 높이고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부모에게 큰 보람이다.

/한전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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