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자고나니 100만원 올랐다.. '호구시장' 한국

송혜진 기자 2022. 1. 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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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업체들 줄줄이 가격 인상

프랑스 패션업체 크리스찬 디올은 지난 18일 핸드백 주요 제품 가격을 8~20% 인상했다. 인기 제품으로 꼽히는 ‘레이디백’은 110만원이나 올랐다. 530만원이던 미니 사이즈는 20%가 오른 640만원, 미디엄 사이즈는 650만원에서 16%가 올라 760만원이 됐다.

명품 가격이 끝없이 오르고 있다. 새해 들어 각 업체가 잇따라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리고 있고, 올렸다 하면 기본이 두 자릿수 인상률이다. 업체들은 “통상 연초에 환율·관세 변동에 맞춰 가격을 조정하는 데다 원자재 값과 물류비, 인건비가 뛰어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명품 업체들이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갈수록 더 자주, 더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명품 가격, 왜 계속 오르기만 하나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 14일 일부 핸드백 제품 가격을 최대 17%까지 갑자기 올렸다. 인기가 많은 코코핸들 미디엄 사이즈는 610만원에서 677만원으로 11%가 올랐다. 샤넬이 가방 가격을 올린 건 작년 11월 이후 두 달 만으로, 앞서 작년 7월에도 가격을 올렸다. 서너 달에 한 번꼴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패션 업체 프라다는 작년 한 해에만 가격을 여섯 차례 올렸다. 작년 말인 지난달 17일에도 주요 가방 가격을 5~10% 올렸다. 영국 패션 업체 버버리도 오는 25일부터 주요 제품 가격을 10% 올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시계 업체 롤렉스도 지난 1일 주요 제품 가격을 10~16% 인상했다.

업체들은 환율·관세를 반영한 가격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디올이 속한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관계자는 “보통 연초에 가격을 조정하는데, 물류비·인건비 상승에 맞춰 필요에 따라 가격을 추가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그러나 환율·관세나 물류비에 따른 인상이라고 보기엔 가격 인상이 지나치게 잦고 인상 폭이 크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회원 수 60만명의 한 명품 커뮤니티엔 지난 19일 “가격을 올린다고 미리 공지도 하지 않고 하룻밤에 100만원씩 올리니 눈뜨고 코 베인 격”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일부에선 가격이 오를수록 더 사고 싶어 하는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를 악용한 상술이라고 비판한다. 갖기 힘들수록 더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심리를 이용해 업체들이 배짱 영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같은 상술과 가격 인상 심리에 길들여진 일부 소비자는 명품 업체들이 예외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경우 오히려 반발할 정도다. 펜디는 작년 초 베스트셀러 제품인 바게트백 미디엄 사이즈 가격을 398만원에서 375만원으로 내렸으나 ‘가격이 내려갈 줄 모르고 비싸게 샀다’는 고객 항의로 곤욕을 치렀고, 샤넬도 지난 2015년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으나 소비자 항의 전화가 빗발쳐 고객센터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뛰어도 줄 서도 사는 ‘호구’ 시장

지난달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유로모니터는 2021년 우리나라 명품 시장 규모는 141억6500만달러(약 15조8800억원)로 전 세계 7위라고 밝혔다. 본래 명품 주요 소비자인 40~50대를 넘어 최근 20~30대까지 시장이 확장된 결과다.

업체들이 가격 유지를 위해 공급을 거의 늘리지 않는 상태에서 수요는 자꾸 커지니 제품 구하기는 갈수록 ‘하늘의 별 따기’다. 매장 문이 열리자마자 뛰어 들어가 제품을 구매하는 소위 ‘오픈 런’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크리스찬 디올이 제품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자, 지난 15일~16일 각 백화점 매장엔 제품을 사려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이러니 한국 소비자가 호구라는 소리를 듣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명품 소비가 크게 늘면서 제품에 웃돈을 붙여 소비자에게 되파는 소위 ‘리셀러’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최근 명품 가격이 왜곡된 원인으로 꼽힌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리셀러를 가려내기 위해 백화점 매장마다 제품을 판매하면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지만, 매일 수백명씩 찾아오는 리셀러를 차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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