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진영 바이러스’ 깨뜨릴 ‘국민통합 백신’ 시급하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2022. 1.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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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2년에 낸 책 ‘정치의 몰락’에서 정치 철학·제도·정당·정치인 모두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10년이 흐른 2022년, 정치는 국가 리스크가 됐고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대 리스크’로 전락했다. 정치는 사익을 추구하는 ‘진영 비즈니스’가 됐다. 이제 대통령 선거는 ‘다 걸고 한판 하는’ 오징어 게임이다. 정치는 몰락한 것이 아니라 타락했다.

냉전 끝 무렵인 1980년대까지 역사 무대의 주인공은 정치였다. 냉전이 끝나자 정치는 역사 무대에서 내려왔다. 세계화가 시작되자 정치의 성취는 10분의 1로 줄어들고 경제, 예술, 문화, 스포츠의 성취는 열 배로 커졌다. 더 이상 정치에서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정치 지도자들은 1990년대 국가를 대표하는 위상으로 축소되고 2000년대에는 당파의 수장으로 반쪽만 대표하더니 2010년 이후에는 계파 보스로 더 쪼그라들었다.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중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없고 화웨이 제품을 쓸 수도 없다. 북한에 백신도 줄 수 없다. 뭐 하나 결정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치 지도자의 위상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찬란한 제국’ 지위를 상실한 초강대국들도 옛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나 아베의 ‘일본을 되찾자’는 슬로건 모두 추락하는 국가의 초조함이 묻어 있다.

기술 혁신과 세계화 이후 ‘소박한 중산층 삶’을 빼앗긴 대중도 분노하고 있다. 플랫폼 같은 그럴듯한 이름의 디지털 제국은 현대판 지주다. 어느 정도 자유롭고 풍요로운 마름도 있지만 대부분 소작농 신세로 가라앉고 있다.

미·중 패권 충돌과 대중의 분노로 세계 정치는 민족주의·국가주의·포퓰리즘 팬데믹 상태다. 폭력적 팬덤인 ‘훌리건’이 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 ‘국민 통합’ 백신도 없고, ‘공공성 회복’ 치료제도 없는 상황에서 ‘진영 바이러스’는 정치를 위중증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우리는 이번 대선에서 국론 분열, 사익 추구, 진영 싸움, 포퓰리즘을 치료할 정치적 백신과 치료제를 구할 수 있을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비율이 40%나 되고, 온갖 악재에도 이재명·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지 않는 것도 좋지 않은 징후다. 과거 거의 모든 대통령은 임기 말 지지율이 10~20%까지 낮아졌다. 대통령 후보로 뽑힌 이회창·노무현도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가 기대에 못 미치면 지지 철회로 경고할 국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19′가 후각과 미각을 마비시키듯 ‘진영 논리’가 정치적 판단을 마비시켰다. 정치·언론·법조 ‘레드라인’이 다 무너졌다. 아수라장이다. 상대를 ‘이길’ 경쟁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죽일’ 적으로 본다. 자기 진영의 위선과 이중 잣대는 애들 말로 “어쩔” 한마디로 끝이다.

코로나에서 완치되면 후각과 미각을 되찾듯 ‘진영 팬데믹’이 끝나면 정치적·법적·도덕적 윤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공동체를 위해 마스크를 쓰고 백신을 맞듯 진영 논리에서 깨어나 이성적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럴 수 있을까.

이번 대선은 어느 때보다 ‘중도 유동성’이 크다. 중도는 ‘스윙 보터’를 말한다. 그리고 승패는 항상 이들이 결정한다. 어느 정치 세력이든 자기 정체성만으로 집권 가능하면 중도를 잡기 위한 캠페인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세력은 없다. 이재명·윤석열 모두 정체성만으로 35% 지지는 확보할 수 있다. 승리를 위한 나머지 10%는 중도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현재 중도 스윙 보터는 캐스팅 보터가 될 것이라고 예측되어온 2030 MZ세대와 전통적 중도가 몰려 있는 5060 베이비부머 두 그룹이 주를 이룬다. 정당 일체감과 인물 일체감이 약한 MZ세대는 박근혜 탄핵의 주역이자 민주당을 전국 선거 네 번 승리로 만들어준 ‘민주 동맹’의 한 축이었다. 4·7 재보궐 선거에서 이들이 민주 동맹에서 이탈하자 민주당은 참패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세대 포위론’은 60대 이상에서 압도적 우위를 갖고 2030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일리 있다. 실제로 이재명의 지지율 정체는 2030 MZ세대의 이탈 때문이다. 중국과 북한에 비판적이고, 연공서열보다 능력주의를 선호하고, 부동산 정책에 분노하고, 예민한 젠더 감수성을 갖고 있는 이 세대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하면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다.

반면 2030 MZ세대를 잡기 위한 이재명과 윤석열의 포퓰리즘 경쟁을 지켜보는 5060 중도 스윙보터는 마음이 착잡하다. 이들은 다음 정부가 ‘박근혜 시즌2′나 ‘문재인 시즌2′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선택을 유보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진영 논리를 버리고 국민 통합과 공공성 회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과 윤석열을 둘러싼 인물과 메시지를 보면서 절망하고 있다.

윤석열 캠프는 이준석 대표에게 2030 MZ세대를 맡기고 윤 후보는 5060 중도의 지지를 얻기 위한 캠페인에 집중하는 게 좋다. 이재명 캠프는 인물·정책·메시지에서 ‘문재인 시즌2′의 우려를 확실히 지워버려야 한다. 압도적 의석을 갖고 있는 이재명 정부가 ‘문재인 시즌2′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중도에게는 악몽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캠프는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55%를 넘고 있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정권 교체 여론이 55%를 넘고, 정권 유지 여론이 35%를 밑돈다면 정권 교체는 거의 확실하다. ‘조선일보·칸타코리아’ 조사에서는 정권 교체 57.9%, 정권 유지 33.5%였고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는 56.5%, 34.5%였다. ‘머니투데이·갤럽’은 56%, 36.7%였고 ‘KBS·한국리서치’ 조사는 54.5%, 38.2%였다. ‘문재인 시즌2′에 대한 경고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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