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훈의삶과철학] 드라마 '지옥'의 현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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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인기 드라마 '지옥'을 봤다.
드라마에서는 천사가 나타나 지옥에 가게 된다고 죽을 날짜를 예언하는 것을 '고지'라고 하고 고지된 시간이 되면 죽게 되는 것을 '시연'이라고 한다.
드라마의 원작자는 인간이 우리보다 힘 있는 존재의 손에 놀아나는 것을 이해 못하고 초자연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지식은 실은 거짓인데 전지전능한 악마가 참인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는 데카르트의 사고 실험은 철학사에서 아주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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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고 있는 모든 지식은 실은 거짓인데 전지전능한 악마가 참인 것처럼 믿게 만들었다는 데카르트의 사고 실험은 철학사에서 아주 유명하다. 이것은 철학자의 회의론 논증으로만 생각되었는데,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철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다. 전지전능한 악마의 역할을 슈퍼컴퓨터가 대신한 것인데, 가상 현실의 발달로 컴퓨터에 속는다는 것이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스웨덴의 철학자 닉 보스트롬은 더 무시무시한 상상을 한다. 이 세상은 우리보다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한 미래의 인류가 조상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서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만든 가상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게임 속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면 게임을 운영하는 미래의 인류는 게임을 더 할 이유가 없어진다. 우리가 게임 속에 있다는 것을 몰라야 시뮬레이션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보스트롬은 미래의 인류가 우리가 눈치챘다는 것을 안다면 가상 현실 게임의 스위치를 꺼버릴 것이니, 알아도 모른 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옥’의 고지든, 전지전능한 악마든, 미래 인류의 게임이든, 어째 좀 무섭다.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최훈 강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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