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에 신장 준 천사, 모든 것 주고 떠났다

이종민 2022. 1. 20.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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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했던 여성이 생을 마감한 뒤에는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까지 기증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언니 옥남씨는 "과거 신장병을 앓다가 형편이 안 좋아 투석을 못 받는 바람에 숨진 여고생을 봤는데, 내가 내 몸 일부를 줘서 그런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기증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동생이나 나나 이웃을 위해 쓰임 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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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 투병 끝 숨진 70세 박옥순씨
23년전 언니 따라 순수 신장 기증
"의학 발전 위해서 시신 써 달라"
박옥순(70·왼쪽)씨와 언니 박옥남(76)씨의 모습.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20년 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했던 여성이 생을 마감한 뒤에는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까지 기증한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숨진 박옥순(70)씨의 시신이 경희대 의과대학에 기증됐다.

박씨는 1999년 일면식도 없던 20대 여성에게 신장을 기증한 ‘순수 신장기증인’이었다.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사람에게 장기를 기증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박씨에게는 언니의 선례가 있었다. 그의 언니 박옥남(76)씨는 박씨보다 6년 앞선 1993년 자신의 신장을 생면부지의 남에게 기증했다. 언니 역시 국내 첫 순수 신장기증인인 박진탁(86) 장기기증본부 이사장의 사연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박씨는 신장 기증 후 20년간 별다른 질환 없이 생활했으나 2019년 위암3기 진단을 받고 폐까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박씨는 건강이 악화하자 가족들에게 “더는 치료를 받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임종을 기다리겠다”며 시신 기증 의사를 밝히고 지난해 12월 경희대 의대에 시신 기증자로 등록했다. 숨지기 하루 전에도 의학 발전을 위해 시신을 써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고 한다.

언니 옥남씨는 “과거 신장병을 앓다가 형편이 안 좋아 투석을 못 받는 바람에 숨진 여고생을 봤는데, 내가 내 몸 일부를 줘서 그런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당연히 기증해야 한다고 느꼈다”며 “동생이나 나나 이웃을 위해 쓰임 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생명나눔의 거룩한 의지를 보여주신 고인의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며 “고인의 숭고한 헌신이 이어져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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