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없는 위기..아우에겐 절호의 기회
[경향신문]
감독 ‘손의 7번’ 임시 부여
아이슬란드전 공수 ‘합격점’
오늘 몰도바전서도 제 몫 하면
2번 옵션 확실한 자리매김
“흥민이 형은 너무 큰 산
하나라도 더 묻고 배워야죠”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A매치 선발 라인업을 짤 때 손흥민(30·토트넘)의 이름을 가장 먼저 적는다. 그가 대표팀 주장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기량을 자랑하니 당연하다.
문제는 손흥민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이다. 측면 날개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쳐 대표팀에 승선해도 제자리가 아닌 다른 쪽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K리그의 떠오르는 스타 송민규(23·전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6월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전에서 송민규를 A매치에 처음 출전시킨 이래 꾸준히 기용하고 있다.
한 단계 수준이 높아진 최종예선에서도 6경기 중 5경기에서 출전 기회를 줬다. 특히 최종예선 1차전인 이라크전에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인 황희찬(26·울버햄프턴)의 컨디션 배려를 위해 송민규를 선발로 기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투 감독은 송민규를 왼쪽보다는 오른쪽으로 기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송민규가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왼쪽에서 뛰는 것은 손흥민이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날 때나 가능했다.
그런 면에서 이번 터키 전지훈련 기간에 치르는 두 차례 평가전은 송민규에게 커다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정식 A매치 기간이 아니라 합류할 수 없는 유럽파 손흥민의 빈자리에서 뛰게 됐다. 벤투 감독이 송민규에게 임시 등번호라지만, 손흥민의 7번을 부여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벤투 감독의 기대에 송민규도 첫발을 잘 내디딘 모양새다. 송민규는 지난 15일 아이슬란드(FIFA 랭킹 62위)와의 첫 평가전에서 왼쪽 날개로 출전했는데, 후반 31분 교체 아웃될 때까지 마음껏 그라운드를 누볐다.
송민규는 공격 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으나 적극적인 일대일 돌파와 좁은 지역에서 상대 수비를 벗겨내는 플레이 그리고 연계까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송민규가 21일 상대적으로 약체인 몰도바(181위)와의 2번째 평가전에서도 제 몫을 해낸다면, 최소한 손흥민에 이어 2번째 옵션이라는 인식은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송민규에게는 또 다른 호재도 있다. 대표팀 전체에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손흥민 그리고 잠재적 경쟁자인 황희찬이 나란히 소집 보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송민규가 오는 27일 레바논과 2월1일 시리아를 잇달아 상대하는 최종예선 7~8차전까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송민규의 안착은 장기적으로 대표팀의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가 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카타르 월드컵 본선 레이스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이 발생하거나 전술 변화를 꾀할 때 요긴한 카드가 될 수 있어서다. 예컨대 손흥민이 골 사냥에 전념할 수 있는 최전방으로 올라선다면, 송민규가 자연스럽게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다.
송민규도 손흥민의 노하우를 배우면서 긴 호흡으로 뒤를 따르겠다는 각오다. 송민규는 “(손)흥민이 형은 너무 큰 산이다. 하나라도 더 묻고,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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