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계에 "러 제재 준비"..러 진출 한국 기업 '불똥 튈라' 촉각
[경향신문]
외신 “우크라 침공 시 수출 제한”
러, 반도체 대미 의존도 낮은 편
‘중 화웨이 제재’ 비해 영향 적을 듯
재계서도 “피해 규모 제한적 예상”
미국 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국 반도체 업계에 대러시아 수출 제한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는 산업 발전 수준과 미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낮아 제재를 하더라도 파급력이 ‘중국 화웨이 제재’엔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시아에서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한국 기업들은 혹시 제재의 불똥이 튀지 않을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이 최근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측에 전화를 걸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글로벌 전자제품 공급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 차단 등 대러 수출 제한을 준비하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이 화웨이를 제재했던 방식을 적용한다면 반도체와 컴퓨터, 가전, 통신장비, 기타 미국 기술로 만든 전 세계 제품의 선적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 제재를 하더라도 러시아의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러시아가 기초과학은 발달했지만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제조업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미국 의존도도 높지 않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모스크바무역관 관계자는 “2020년 기준으로 러시아의 반도체 수입이 4억달러인데 미국 비중은 단 2%뿐”이라며 “러시아가 미국과 협력이 많은 분야는 우주항공이나 기계엔지니어링 부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혹시 피해가 있지 않을까 대비하고 있다. 제재로 인해 현지 공장에 부품이 조달되지 않거나 러시아로 제품 수출이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고도의 기술이 집적된 제품에는 미국 기술이 들어갈 수밖에 없어 완제품에 대한 수출이 막힌다면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주에 공장을 두고 TV와 세탁기를 생산하고 있고,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에서 TV와 가전제품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두고 한 해 약 20만대의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TV와 가전, 자동차 모두 첨단 반도체가 많이 쓰이는 제품은 아니고, 러시아에서 조립해 대부분 내수로 팔리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가 있더라도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제조사도 제재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에 파는 반도체가 별로 없어서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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