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20여년 지지부진..부산시, 롯데에 "안 지을 거면 백화점 빼라"

권기정 기자 2022. 1. 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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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광복점 임시사용 연장 않기로
롯데, 2000년 107층 건축허가
주거시설 편입 요구 무산되자
59층 변경 후 공사 지지부진

공중수목원 등이 들어서는 높이 300m 부산롯데타워 조감도. 롯데그룹 제공

롯데가 부산에 초고층 건축물을 짓겠다는 약속을 20년이 넘도록 지키지 않자 부산시가 ‘백화점 영업 불허’ 가능성을 내비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롯데 측은 “일정대로 진행 중인데 다소 뜬금없다”며 배경 파악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오는 5월31일까지인 부산롯데타워의 백화점동과 아쿠아몰동, 엔터테인먼트동 등의 임시사용승인 기간 연장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부산롯데타워의 랜드마크로 공중수목원 등을 갖춘 56층짜리 타워동 건축이 지연되고 있고, 사업 추진 의지도 없다는 게 이유이다. 김필한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실무협의와 롯데 측의 행태를 종합할 때 부산롯데타워 타워동 사업 추진에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백화점동 등에 대한 임시사용승인 연장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시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면 백화점동 등에 입점한 800여개 점포가 문을 닫아야 하고, 28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돼 만만찮은 파장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옛 부산시청 터에 107층(높이 428m)짜리 빌딩(타워동)과 백화점동 등을 짓기로 하고 2000년 건축허가를 받았다. 롯데백화점 광복점(2009년), 아쿠아몰(2010년), 마트(2014년) 등 3개 동만 먼저 지은 뒤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핵심시설인 롯데타워는 1층도 올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타워 안에 주거시설을 넣겠다는 롯데의 요청이 여론의 반대로 무산됐고 2013년 터파기 공사를 끝으로 공사는 중단됐다. 주거시설을 허가받을 때까지 짓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롯데는 2019년 기존 계획을 백지화했다. 대신 공중수목원과 전망대 등을 갖춘 높이 약 300m, 59층 규모로 타워동을 축소하는 것으로 변경해 2023년까지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20년 부산시 경관위원회 재심의 결정이 난 후 사업은 다시 중단됐다.

그러자 부산시는 지난해 7~10월 롯데와 실무협의를 진행했고, 롯데는 지난해 12월 타워동 사업 추진 계획안을 제출했다. 롯데는 착공·완공 시기나 규모 등도 명시하지 않은 1장짜리 자료를 제출했다가 다시 144장짜리를 제출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롯데타워 건축허가를 받은 지 22년이 지났고, 백화점동 등의 임시사용승인 기간도 12년이나 지났다”며 “부산시민이 계속 희망고문을 당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롯데 관계자는 “부산시 실무부서와 5차례 협의를 거쳐 오는 3월 중 공사를 재개하는 것으로 협의를 완료했다”며 “해외 유명 건축가와 협업해 콘셉트를 변경 중으로 4∼5월 경관심의에 이를 반영하고 후속 인허가 절차를 밟아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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