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서울 풍경, 그리고 '그때 그 사람들'
[경향신문]
식민 시선·정치 의도 배제된
당시 생활상 가감없이 기록
같은 장소 변화 과정도 담겨
조선시대 한양의 사소문 중 하나였던 광희문은 ‘시구문’(屍口門)이라고 불렸다. 상여가 도성 밖으로 나가는 문이라는 뜻이다. 100년 전 상여를 메고 나가는 장례 행렬을 찍은 사진에서 이름의 기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에는 1913년 철거돼 사라진 광희문 양쪽 성벽의 모습도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 서울시청 건너편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은 과거 일제가 만든 ‘조선철도호텔’이었다. 1915년 ‘시정5년 기념 조선물산 공진회’를 열기 위해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직영으로 만든 호텔이다. 외부 공사가 한창이던 당시 사진에는 공사를 위한 목재가 층층이 쌓여 있고 그 앞으로 환구단의 돌담과 정문으로 보이는 문의 일부가 보인다.
서울역사박물관이 20일 발간한 학술총서 <100년 전 선교사, 서울을 기록하다>에는 1910~1920년대 서울의 일상이 담겨 있다. 미국 뉴저지주 드루대 도서관이 소장한 ‘미국 연합감리교회 아카이브’의 서울 사진 3200장 중 180장을 뽑은 것이다. 박물관 측은 “조선총독부와 일본인이 촬영한 사진에는 식민주의적 시선과 정치 의도가 담긴 반면, 선교사들의 사진에는 생생한 삶의 현장으로서의 서울 풍경이 많아 서울학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총서는 ‘서울거리 풍경’ ‘한양도성과 궁궐’ ‘학교’ ‘병원과 의학교’ ‘교회’ ‘일상’으로 분류해 당시 모습을 기록했다. 같은 장소를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촬영한 것도 있어 서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철도호텔도 여행 기념엽서나 관광안내서를 통해 완공 후 모습은 많이 알려져 있었지만 공사 중 사진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특히 소공동 방향으로 나 있던 원래 정문과 돌담도 볼 수 있어 환구단 고증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의 서울도서관 건물은 1923년 12월 경성부청(京城府廳)이 들어서기 전 1914년 10월 경성일보사가 있던 자리다. 1915년 11월 화재로 중앙 첨탑이 소실됐는데, 총서에서는 시간대별 변화된 건물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1925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의 중명전(重明殿), 러시아공사관 등 정동 일대 풍경도 담겨 있다. 인근 배재학당과 이화학당이 인왕산과 함께 찍힌 사진은 현재 세종대로 일대에 높은 빌딩이 들어서기 전 서울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감리교 신자 박영효(朴泳孝)가 1916년 조선에 온 미국 감리회 허버트 웰치 감독의 환영회를 열었던 장면도 수록됐다. 장소는 현재의 종로구 숭인동에 있는 그의 집과 별장 ‘상춘원’으로 추정된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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