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홍준표 "측근 공천" 요구 거부.. 반나절 만에 멀어진 '원팀'

강유빈 2022. 1.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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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여의도 경선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의 회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원팀' 구성에 대한 기대가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19일 두 사람의 만찬을 계기로 원팀 구성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지만, 홍 의원이 측근에 대한 보궐선거 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반나절 만에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윤 후보는 20일 "공천은 원칙대로 하겠다"며 거부 의사를 밝히고, 선거대책본부 참여 여부에 대해선 홍 의원에게 공을 넘겼다.


윤석열 "공정한 원칙 따를 것" 선 긋기

국민의힘 선대본부 등에 따르면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에게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서울 종로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대구 중·남구에 각각 전략공천할 것을 제안했다. 홍 의원이 회동 직후 공개한 선대본 합류 조건은 윤 후보의 ①국정운영 능력 담보 ②'처가 비리 엄단' 대국민 선언이었다. 그러나 '측근 전략공천'이란 이면 요구가 있었던 셈이다. 최 전 원장과 이 전 구청장은 당 대선후보 경선 기간 홍 의원을 지지한 인사들이다.

윤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홍 의원의 요구와 관련해 "공천 문제에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공천은 그 정당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공천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놨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 사무총장인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홍 의원을 겨냥한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회에서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구태를 보이면 지도자로서 자격은커녕 당원으로서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일 서울 남산 하얏트호텔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스1

구태로 몰린 홍준표, 권영세 겨냥 "방자하다"

당 내홍을 딛고 원팀 구성을 위해 홍 의원 합류에 공을 들여온 윤 후보가 이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밝힌 배경은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미지에 흠집이 날 것을 우려해서다. 지지율이 반등하는 과정에서 홍 의원의 요구를 무리하게 들어줄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홍 의원과 기대했던 그림이 나오지 않은 건 아쉽지만, 윤 후보는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일에 타협하지 않는다는 점을 국민들께 알릴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에게 쏠려있던 '이남자(20대 남성)'에 대한 공략도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봉합 이후 일부 회복한 만큼 홍 의원에게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부로부터 '구태'로 몰린 홍 의원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종로에 최 전 원장 같은 사람을 공천하면 깨끗하고 행정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다"며 자신의 공천 요구가 사심에 따른 것이 아닌 국정능력 보완 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공개한 선대본 합류 조건에도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또 "만약 (공천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해 정리해야지 어떻게 후보와 이야기한 내용으로 나를 비난하느냐"며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며 권 선대본부장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잡음 속 '원팀' 노력 지속... 최재형과 만남도

당장 삐걱대고 있지만 윤 후보의 '원팀' 구상이 완전히 틀어졌다고 보기는 이르다. 박빙승부가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 윤 후보는 한 표라도 더 결집해야 하고 홍 의원도 지원을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이 이날 공천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홍 의원이 제시한 처가 문제엔) 대국민 선언을 할 수 있다" "홍 의원은 당의 소중한 어른"이라며 여지를 둔 이유다.

윤 후보는 다른 경선 경쟁자에게도 손을 내밀 계획이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서도 "계속 소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고,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최 전 원장을 50분 간 만났다. 느닷없이 불거진 공천 논란을 수습하고 협력 의지를 다지기 위해서다. 지난해 11월 윤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던 최 전 원장은 "홍 의원과 종로 출마를 상의한 적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온 힘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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