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팀' 국민의힘

유설희·문광호 기자 2022. 1. 20.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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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준표, 측근 보선 공천 요구
윤석열 “공관위 일임” 거절
홍 “방자하다…갈등 부추겨”
당내 ‘자리싸움 비칠라’ 우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사진)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두고 20일 이견을 보였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 만나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의 전략공천을 요구했다. 윤 후보 측은 이날 “구태정치”라고 밝혔고, 홍 의원은 “방자하다”고 반응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공천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대선 원팀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됐다.

윤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홍 의원의 공천 제안을 두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해서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하는 것을 저는 원칙으로 세워놨다”며 “저는 공천 문제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 의원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윤 후보는 “훌륭한 의원들이 오면 국정운영에 도움되는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선거를 어떤 식으로 치를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애티튜드(태도)”라고도 했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 만찬 회동에서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각각 전략공천할 것을 요구했다. 최 전 원장은 당내 경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이후 홍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며 “(구태를 보인다면) 당원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에서 “구태에서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정치혁신을 이뤄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에 홍 의원도 동의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공관위 구성도 안 됐는데 자기 사람을 챙기려는 게 공정에 맞는 것이냐”며 ‘협잡’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도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공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기조를 바꾸려면) 정치적 타협이 있어야 될 텐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은)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대선에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된다. 그래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선대본부 인사들을 향해선 “갈등을 수습하지 않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나”라며 “방자하다”고 했다. 권 본부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윤 후보와 최 전 원장의 회동도 홍 의원 제안을 ‘개인 차원의 요구’로 정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 전 원장도 서울 용산구 호텔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정권교체에 집중해야지 어디 출마한다 논할 계제가 아니다”라면서 “(홍 의원과) 사전에 논의한 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최 전 원장 종로 공천 거론은 홍 의원 개인 생각이고 원팀 기조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고 전했다.

원팀 구성은 멀어지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청년 소통 플랫폼에 올라온 ‘중앙선대위 고문 일은 없던 일로 돼 버렸다’는 글에 “그렇게 되어 가네요”라고 적었다. 윤 후보 측에서는 홍 의원과의 결별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은 “홍 의원이 구태 정치인이 되면서 원팀으로 껴안는 게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든다”면서 “(아예 같이 안 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이 다시 갈등 국면에 들어가는 것은 부담이다. 쇄신 선언 후 ‘자리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선대본부 관계자는 “선대위가 침몰 직전까지 갔었는데, 정권교체 바람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 자리싸움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설희·문광호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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