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페미..국회에 '국민 닮은 사람' 더 많아져야 해요"

최윤아 2022. 1. 2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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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정의당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치 1번지’. 대권으로 가는 ‘엘리트 코스’. 선거구로서 ‘종로구’를 수식하는 말들은 ‘기득권’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10일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가 그곳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3월 투표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서울 종로지역 후보로 나선 것이다.

자신을 “장애여성이고,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하는 그의 궤적은 ‘기득권’과 동떨어져 있다. 3살 무렵 겪은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겹겹의 차별 속에 놓인 ‘장애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2010년부터 10년 동안 ‘장애여성공감’을 이끌었다. 동시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를 맡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 등 수많은 피해자를 곁에서 도왔다. 2020년 2월 정의당에 입당했고, 이듬해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사건 해결을 맡았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그를 만나 포부와 고민을 두루 들어봤다.

3살 때 소아마비로 지체장애 얻어
2010년부터 ‘장애여성공감’ 이끌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피해자’ 김지은씨 500일 함께 싸워
“김건희씨 ‘미투 폄훼’ 그릇된 인식”

오는 3월 보궐선거 ‘종로구’ 출사표

마침 이날 김지은씨가, ‘미투’를 폄훼하고 가해자 옹호 발언을 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를 향해 “사과하라”고 재차 요구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숙고 뒤 닷새 만에 돌아와 다시 선거운동에 나서기도 했다. 들어야 할 말이 많았다.

―정의당이 ‘정치 1번지’ 종로에 왜 배복주를 후보로 냈다고 보나.

“종로는 유력 정치인이 경유하는 ‘엘리트 코스’처럼 여겨지지만 동시에 사회 변화의 중심이기도 하다. 종로를 기득권의 목소리가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에 맞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공간으로 만들라고 저를 추천한 게 아닐까. 여태 종로구에서 당선된 여성 국회의원은 1950년 박순천(1898∼1983)이 유일하다. 여성이고, 장애가 있는 내가 당선된다면 한국 정치사에 울림을 주는 사건이 되리라 본다. 국회 안에 국민을 닮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종로구 국회의원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종로구는 상주 인구는 많지 않지만, 문화재가 많고 관광지여서 ‘방문자’가 많다. 이런 특성에 맞춰 종로의 접근성을 높이려 한다. 장애가 있어도, 국적이 다양해도 찾을 수 있게 종로의 문턱을 낮출 것이다. 문턱 낮추는 일은 누구보다 내가 잘할 수 있다. 또 종로에는 다양한 시민단체가 밀집해 있다. 이런 목소리를 연결해 한 데 모을 수 있는 곳이 종로다. 나 역시 장애인·인권·반성폭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을 쌓아온 만큼 적극적인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종로를 기반 삼아 차별에 맞서고 인권 수준을 높이는 사회가 되도록 입법활동을 해나가겠다.”

―정치인으로서 배복주의 ‘자원’은 무엇인가.

“장애여성공감을 이끌며 장애·여성이라는 이중의 차별 속에 놓여 있는데도 세상에 잘 보이지 않던 장애여성의 존재를 드러냈다. 가장 자랑스럽고 신명 났고 중요했던 경험이다. 성차별이 젠더폭력으로 이어지는 맥락과 ‘피해자의 힘’도 알게 됐다. 피해자의 용기는 우리를 보다 성평등한 사회로 전진하게 했다. ‘당사자에게 답이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러나 기성 정치인들은 당사자를 ‘대상화’하고 ‘이 정도 해줬으면 됐지?’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 움직임)의 광풍 속에서 출마해 ‘당선’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주어졌다.

“확실히 지난 대선과 다르다. 이제는 ‘페미’란 이유 만으로도 공격한다. 지에스(GS)25 게시물, 안산 선수의 쇼트커트, 여고생 군 위문편지 사태를 떠올려보라. 왜 이토록 백래시가 거센가를 고민했는데, 내 답은 ‘정치가 문제’였다. 정치판의 언어는 조롱과 분열의 언어가 됐다.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것인데도, 페미니즘을 마치 남성을 짓밟는 도구처럼 여긴다. 불평등한 사회일수록 정치는 어떻게 다 같이 평등할 거냐를 논의해야 하는데, 지금은 불평등을 득표 전략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갑자기 목소리를 키우며) 정말 그러지 좀 맙시다! 남성들이 가장 억울해하는 건 군대 문제인데, 이는 여성이 아닌 국가가 해결할 문제다. 또래 여성에게 백래시를 가한다고 해결될 게 아니라 나라의 책임자와 ‘맞짱’을 떠야 하는 사안이다. 심상정 후보의 모병제 대안을 눈여겨봐달라.”

―거대 양당 후보가 2030 남성의 마음을 잡으려고 경쟁하는 사이, 여성 유권자들은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여론조사를 보면 이런 소외감이 정의당 지지로 이어지는 것같지는 않다.

“동의한다. 정의당이 여성 유권자에게 ‘호감’은 줬는데 ‘확신’을 주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당 청년 여성 정치인들이 성평등 이슈마다 메시지를 적시에, 적절하게 주고 있으나 당 차원의 조직적인 뒷받침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때도 메시지가 갈렸는데 이런 것이 쌓여 여성 유권자에게 ‘정의당은 안전한, 확실한 내 편’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한 게 아닐까.”

―정의당의 여성 정치는 어떻게 다른가.

“일단 ‘젠더 정치’라고 말하고 싶다. 성정체성이 진입 장벽이 되거나 기회를 앗아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면에서 이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그동안 젠더 정치는 남성을 경유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화운동 세대도 남성이 먼저 자리를 잡고 나서 여성이 따라가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경제적 자원이 너무 빈약했으니까. 정의당은 남성을 경유하지 않는 젠더 정치를 꿈꾼다. 내 친구 ‘류장강’(류호정 의원·장혜영 의원·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과 함께 젠더 정치의 세력을 키우고 싶다. 유권자들의 경험을 가지고 싸워나가겠다. 권력으로 인해 성착취, 성폭력당하는 일의 뿌리를 뽑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미투 폄훼 발언’이 공개됐다. 500여일 동안 김지은씨를 조력했던 활동가로서, 이 발언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단 그 발언을 방송에 내보낸 것부터 부적절했다.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고 있고, 안희정 전 지사도 출소를 앞두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저런 조롱 섞인 발언을 그대로 내보낸 <문화방송>(MBC)에 유감이다. 대선 후보 배우자의 그릇된 인식을 미리 알게 됐다는 측면에서 일말의 공익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권력형 성폭력’을 의심하고 부정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고착화하는, 부정적 요소가 더 크다고 본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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