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실험·ICBM 발사 재개 시사한 북, 선을 넘어선 안 된다

2022. 1. 2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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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미국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밝혔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2018년 이후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주재한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하며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하달)하였다”고 했다.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했던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3년9개월여 만에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폐기하고 ICBM 발사 등 무력도발 수위를 높인다면 대화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한반도 긴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날 발표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시작하는 시간(미국 동부시간 19일 오후 4시)에 맞춘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가능성과 미·중 갈등 등으로 바빠진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해 관심을 끄는 한편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이다. 북한은 오는 2월16일(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 전후, 4월15일(김일성 주석 생일) 전후에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북한은 두 사람의 생일을 성대하게 경축하기 위한 결정서를 채택했는데, 군사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북한의 ICBM 발사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지금처럼 북한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결의를 무시한 강도 높은 도발은 오히려 미국 내 대북 강경여론과 국제사회의 추가 대북제재 여론을 높일 공산이 크다. 북한의 잇단 무력시위에도 한·미는 냉정을 유지해왔다.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이 유지되는 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북한이 모라토리엄 폐기를 선언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대립 국면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지금보다 더 고립될 것이다.

북한은 만성적인 경제난에 코로나19 방역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스스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헤쳐나가자며 내부를 독려하고 있다.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정은 남북 협력과 비핵화 협상을 통한 제재 완화로만 이뤄낼 수 있다. 군사적 위협으로는 결코 이 위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은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미국도 조금 더 성의 있게 나서야 할 것이다. 말로만 대화하자고 할 게 아니라 진전된 제의를 통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한다. 당면 상황에서 북한이 해야 할 일은 선을 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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