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수장고에서 세상 밖으로 나온 불화
[KBS 부산] 저는 지금 불교 문화재 전문 박물관인 범어사 성보 박물관에 나와 있습니다.
이 박물관은 국비와 시비 125억 원을 들여 지난해 새로 지었는데요.
그동안 공간 제약으로 전시할 수 없었던 범어사 사천왕도 등 다양한 대형 불화와 국보인 삼국유사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함께 만나보시죠.
박물관에 들어서면 중정에 자리 잡은 12미터 높이의 대형 불화가 관객을 맞습니다.
야외 법회에서 사용하던 괘불탱으로, 서양화 기법인 음영법이 사용돼 근대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전시관 입구에 들어서면 동서남북 사방을 지키는 호법신인 사천왕도를 만납니다.
세로 길이 350cm의 대형 불화로, 전국 사천왕도 가운데 가장 크고 4개 모두를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43위의 신중을 빼곡히 그려 넣은 신중도는 2019년 미국 경매시장에 나왔는데 그림 하단에 범어사라는 문구를 발견해 범어사가 구매해 환수한 것입니다.
[김민정/범어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 : "이번 전시는 시기적 분류별로 다양한 불화 들을 전시하고 있는데, 보통 사찰에서는 한눈에 보기 어려운 불화들을 한 공간에서 전시하고 있어서 불교 문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전시된 것 중 가장 오래된 불화인 비로자나불회도는 섬세한 인물과 선명한 색채 등에서 18세기 후반 경상도 지역의 불화 화풍을 잘 반영하고 있는 수작입니다.
20세기 초에 그려진 십육나한도는 도교와 민화의 요소가 접목돼 학과 거북이, 호랑이 등 동물이 등장하고, 성자 나한이 해학적으로 묘사돼 있습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보물 세 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대중 교화를 위해 편찬한 불교 설화집 금장요집경.
원나라 때 간행돼 고려로 들여왔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불조삼경.
우리나라 불교 계율의 기초를 이룬 경전 주범망경, 이 세 권입니다.
삼국유사는 2020년, 국보로 승격된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입니다.
삼국유사 의상전교 편에는 의상대사가 범어사를 포함해 전국 10개 사찰에 화엄종 교리를 전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김민정/범어사 성보박물관 학예연구사 : "현존 판본 중에서 가장 오랜 된 것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연 스님이 저자임에도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는 경우는 범어사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있습니다."]
불화와 경전뿐 아니라 불교 의식에 사용된 법구와 부처님께 공경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향과 꽃을 바칠 때 쓰는 공양구 등 다양한 공예품도 만납니다.
범어사는 국가 안녕과 왕실 번영을 위한 의식도 지내 불패와 불번, 수복문 등 다양한 왕실 문화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범어사와 성보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지정문화재는 모두 384점.
부산에 있는 지정문화재의 1/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C.G:최유리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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