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10일째.. 현대산업개발 공법 무단 변경 의혹 등(종합)

광주CBS 조시영 기자 2022. 1. 2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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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붕괴]
광주 붕괴 아파트 무단 공법 변경 시공 의혹
당국 승인 없이 슬라브 두께도 두 배 변경해
서구청 "공법 변경 승인 없어..현장서 확인"
수색 걸림돌 타워크레인 21일 해체하기로
콘크리트 납품업체 10곳 중 8곳 '부적합'
학동·화정동 붕괴 참사 시민대책위 출범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실종자 가족 대책위원회 제공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일부 공정에 관할 지자체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변경한 공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일로 사고 열흘 째를 맞아 사고 원인과 관련한 여러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추가 실종자 구조 소식은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광주 붕괴 아파트 무단 공법 변경 시공 의혹

광주 서구청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201동 건물 39층과 38층 사이에 위치한 배관·설비 층의 천장 슬라브를 콘크리트 타설 공법으로 짓기로 했다. 이곳은 사고 당시 막바지 골조 타설 공정이 진행되던 39층 바닥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서구청에 해당 슬라브를 철제·합판 소재 거푸집인 유로폼을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방식으로 짓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축 도면을 제출해 서구청으로부터 안전 관리 계획 승인까지 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아연도금 강판 등 요철 가공한 바닥 구조 성형판인 데크 플레이트를 덧대 타설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배관·설비 층은 구간에 따라 층 높이가 1m 정도 불과하다. 거푸집 아래에 지지대를 받치기 여의치 않아, 데크 플레이트를 사용한 공법으로 임의 변경했다는 주장이다.

콘크리트 타설 작업 현장의 동영상 등을 토대로 경찰은 데크 플레이트에서 하중이 한 곳으로 쏠려 붕괴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의 무단 공법 변경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경찰 수사에서 시공사의 과실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붕괴사고 현장의 일부 슬라브 두께가 당국의 승인 없이 두 배 이상 두껍게 설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하중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번 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도 이러한 무단 공법 변경 시공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면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색 걸림돌 타워크레인 21일 해체… 반경 79m 위험 구역 설정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을 수습 중인 구조당국이 수색 구조과정에서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인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사고수습통합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는 2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체 작업을 한다"면서 "이에 앞서서는 본격 해체 작업을 위한 보강작업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인명 수색에 큰 걸림돌로 지목된 타워크레인은 붕괴 사고로 아파트 외벽에 고정된 결속장치인 브레싱이 떨어져 나가면서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대책본부는 기울어진 타워크레인의 해체를 위한 와이어 결착 등 보강작업을 이날 오후까지 진행했다.

대책본부는 타워크레인 반경 79m를 위험 구역으로 정했다. 해체가 진행되는 21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위험 구역 내 대피령을 내릴 예정이다. 대책본부는 경찰 등과 함께 타워크레인 해체 작업자를 제외한 사람 등의 위험 구역 내 통행을 차단할 방침이다.

이날 인력 190명과 장비 50대, 인명구조견 5마리 등이 현장에 투입돼 수색 중이지만 아쉽게도 추가 구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조시영 기자

콘크리트 납품업체 10곳 중 8곳 '부적합'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공 중 8곳이 품질 관리 미흡으로 정부에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1년 레미콘 업체 품질관리 실태 점검 결과에 따르면 사고 현장에 콘크리트를 납품한 업체 10곳 중 8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 가운데 3곳은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자갈과 모래 등 골재를 잘못 관리했거나 배합 비율을 맞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기 위해 넣는 혼화재를 부적절하게 보관한 업체도 3곳이 있었고, 이밖에 업체 3곳은 시멘트 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광주 화정 아이파크는 지난 2019년 5월 착공했다. 2020년 3월부터 콘크리트 공사가 시작된 것과 정부의 점검이 2020년 7~11월과 2021년 5~7월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부적합 공장에서 생산된 콘크리트가 현장에 고스란히 사용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은혜 의원은 "레미콘 생산공장의 88%가 품질관리 부적합 판정을 받는 현실에서, 육안으로만 이뤄지는 정부의 현장점검은 이 같은 인재를 막을 수 없다"며 "처벌규정 강화, 우수 건설자재 인센티브 부여 등 실질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붕괴 현장 살펴본 실종자 가족 한숨만

소방당국의 안내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본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실종자 가족 대표단 3명은 이날 1시간 정도 붕괴된 아파트 건물 내부로 들어가 수색 상황과 현장 상태를 참관했다.

가족들은 지상 23층부터 38층까지 16개 층에 걸쳐 붕괴가 진행된 건물 내부를 살펴봤다.가족들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족들은 "기울어진 타워크레인만 해체하면 구조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직접 현장을 살펴보니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어 "가족들에게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 될 것 같다"면서 "현장 구조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다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족들은 고생하는 구조대의 고층부 내부 수색 상황도 전했다. 구조대는 손을 이어 잡거나 밧줄을 몸에 묶고 낭떠러지에 접근해 콘크리트 잔해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가족들은 "구조대원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건설 현장을 위한 새로운 안전 지침도 제안했다. 가족들은 "이번에 실종된 이들은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실내 설비 공사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면서 "붕괴 당시 추락과 대피라는 생사를 가른 물리적 거리가 겨우 몇 걸음에 불과했던 만큼 여러 상황을 가정한 위기 대처 훈련을 건설 현장에서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현장 22층에서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잔해 사이로 탐색 장비인 써치탭(카메라, 마이크 스피커가 부착된 봉)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소방청 제공

광주 학동·화정동 붕괴 참사 시민대책위 출범

광주지역 시민단체가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광주지역 40여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이윤 때문에 시민과 노동자들이 위험으로 내몰리고 죽어가는 야만 사회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대책위는 피해자 가족 협의회와 연대해 현대산업개발과 싸워나가겠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대책위는 "현대산업개발은 건설업에서 영원히 퇴출당해야 한다"며 "학동에 이어 화정동에서의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화정동 참사의 책임이 현대산업개발에 있다는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면서 "안전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현산,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관계기관을 고소·고발 조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붕괴 사고로 인해 재난 상황에 부닥친 시민들을 위해 광주시는 대책을 마련하라"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재개발사업의 비리 차단,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시하라"고 덧붙였다.

광주CBS 조시영 기자 cla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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