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 칼럼] 코로나19, 선무당의 인포데믹 경계해야

2022. 1. 2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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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오미크론의 기세가 드세다. 전 세계적으로 80만명을 밑돌던 하루 확진자가 느닷없이 370만명을 넘어서버렸다. 하루 1만8000명까지 치솟았던 사망자는 8000명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전반적으로는 코로나19의 토착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나라마다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우리처럼 확진자·사망자가 모두 치솟는 난처한 경우도 있다. 혼란을 틈타 어설픈 선무당급 전문가들에 의한 정보감염(인포데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검사자 수를 늘여서 확진자가 늘어난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엉터리 정보다. 재작년 미국의 대선 유세에서 "검사를 줄여달라고 지시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책임한 발언에서 시작된 억지다. 물론 검사를 더 많이 하면 확진자도 늘어난다. 그러나 확진자의 수가 검사자 수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감염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검사가 필요한 밀접 접촉자가 늘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적지 않은 비용·인력이 필요한 PCR 검사를 무한정 확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백신의 효능에 대한 엉터리 정보도 넘쳐난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로셀 월런스키 청장의 발언을 백신 무용론의 근거라고 우기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전파'(transmission)를 코로나19의 '감염'(infection)으로 잘못 해석한 결과다. CDC 청장의 발언은 '백신이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백신 접종자들도 사람들이 많은 실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시차를 두고 가동되는 적응면역을 교묘하게 왜곡한 백신 무용론도 있다. 그런데 적응면역이 뒤늦게 가동하는 것은 백신을 접종할 때의 상황이다. 220여년 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발명한 백신이 바로 적응면역을 활성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백신에 의해서 활성화된 적응면역이 실제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을 막아준다. 그야말로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간단한 과학 상식이다.

정부의 어설픈 방역 정책이 오히려 인포데믹을 부추기기도 한다. 백신에 의한 부작용은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호언장담은 처음부터 전혀 믿을 것이 아니었다. 백신 접종 후에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한 사람도 적지 않고, 심지어 목숨을 잃어버린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과학적 인과성'을 핑계로 대통령의 자발적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백신에 의한 사망자를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가려낼 수 있다는 정부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백신 접종으로 악화된 기저질환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정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는 피해자의 경우에도 기저질환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일 수 있다. 그렇다고 사고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한 책임 회피가 백신 접종에 대한 거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상의 백신 접종 의무화를 뜻하는 '방역 패스'도 인포데믹을 부추긴다. 사법부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엉성한 논리로 시작한 방역 패스는 확실하게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칫하면 방역 패스에 대한 불만이 정부의 방역정책 전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도 있다. 정부가 5000만 국민의 생활을 시시콜콜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은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가 경계했던 '판옵티콘'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정부가 요란하게 자랑하던 K 방역이 한계에 도달한 것은 분명하다. 지난 2년 동안 집착해왔던 '검사·추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밀접 접촉자를 찾아내기 위한 역학조사는 불가능하다. 정확도를 핑계로 무작정 PCR 검사만 고집할 이유도 없다.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저렴하고 신속한 자가 진단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안이 필요하다.

감염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회 기능의 유지를 목표로 하는 '감시·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중앙임상위원회의 권고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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