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기소 '0', 수사력·편향성 논란.. 첫돌 맞은 공수처 존폐 위기
검찰 개혁 상징서 위상 급추락
"인력보충·수사능력 강화시급"
조 교육감 기소권도 없는데 택해
당시 "쉬운 길 가려고 한다" 비판
'김학의 출금' 관련 이성윤 고검장
수사 편의 봐줘 '황제 조사' 논란
윤석열 수사 더뎌 중립성 시비도
전문가 "야당이 공수처장 추천을"
새로운 수사기관이라 수사체계 구축과 역량 발휘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동안 직접 기소한 사건이 하나도 없는 데다 공수처 스스로 수사력 부족을 여실히 드러내거나 편향성 논란을 자초한 탓이 크다. 급기야 견제 대상인 검경의 수사관행을 답습하다 무분별한 통신조회로 ‘사찰 의혹’ 논란까지 벌어졌다. 공수처 무용론이나 폐지론까지 거론될 정도다. 공수처에 대한 대대적 쇄신 및 역량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해 1월21일 출범 후 지난해 12월21일까지 총 2766건의 사건을 접수해 이 중 24건을 입건하고 315건을 불입건 처리했다. 나머지 1642건은 타 수사기관에 이첩했고 785건은 들여다보고 있다.
더욱이 조 교육감 사건을 전달받은 검찰이 공수처의 기소 논리를 뒤집어 기소하면서 공수처는 다시 체면을 구겼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이 해직교사 5명을 특별채용하면서 담당 공무원들의 ‘중간 결재권 행사’를 방해한 것이 직권남용권리행사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은 이를 범죄 혐의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동안 검찰이 독점했던 기소권을 제한적으로나마 나눠 갖게 된 공수처는 ‘검사’에 기소권을 포기하는 모습도 보여 빈축을 샀다.
공수처는 지난해 3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를 받은 이규원(45·사법연수원 36기) 검사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은 뒤 세 차례의 소환조사를 하고 돌연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했다. 검찰이 동일 사건을 수사 중이라 ‘합일적 처분’을 위해 재이첩했다고 설명했지만, 스스로 기소권을 포기한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결과적으로 공수처의 기소 실적은 ‘0’이다.
특히 문재인정부 ‘검찰 황태자’로 불리던 이성윤 서울고검장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대상으로 한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존재 이유인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미숙함을 드러낸 건 뼈아픈 대목이다.
공수처는 이후 윤 후보가 검찰총장 재직시절 벌어진 검찰 관련 사건을 주로 입건하면서도 수사를 신속하게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면서 야당 반발을 사는 등 끊임없이 중립성 시비에 시달렸다. 공수처가 입건한 24건 중 중복되는 사건을 묶으면 12건인데, 이 중 4건(△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고발 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옵티머스 펀드사기 부실수사 의혹)이 윤 후보와 관련돼 있다.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수처는 이 사건들에 대한 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애초 처장을 임명할 때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면서부터 ‘정치적 중립성’ 문제는 예견돼 있었다”며 “안 그래도 예산이나 인력 등에 있어 정부 입김이 셀 수밖에 없는데 처장 임명권조차 여당 입맛에 맞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게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조직이고 출범 취지 등을 감안했을 때 수사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전문가들은 인력을 보충하고 인지수사 능력을 키우는 등 내실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역량 강화를 위해) 법을 고쳐서라도 검사와 수사관 인력을 증원하고, 구성원에 대한 교육과 훈련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수처가) 실적을 내고자 정치적 논란 한가운데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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