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는 내일 오전에" 21세기 전원일기는 AI가 쓴다
병해충 구제, 잡초 제거, 토양 성분 측정까지, 농업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 열기도 뜨겁다.
밴쿠버 AI 농업 스타트업 세미오스바이오는 지난해 9월 시리즈 C 라운드에서 8000만달러(약 951억원)를 모금했다. 이 회사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 농장 곳곳에 설치된 기후 센서와 카메라가 포착하는 수백만 개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어 유해 곤충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 살충제를 사용하기 위한 최적의 시간과 장소를 농부에게 알려준다.
미국 워싱턴주의 농업 회사 NWFM이 2000에이커 규모 과수원을 관리하기 위해 이 회사 기술을 도입했더니, 살충제 등 해충 방제 비용을 60%가량 아꼈다고 한다. 마이클 길버트 세미오스바이오 대표는 “같은 양의 자원으로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하려면 식물이나 토양, 대기 상태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필수”라며 “복잡하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면 AI가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AI 기술은 농작물과 토양 상황을 파악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농업 스타트업 인텔린에어는 고해상도 항공 사진과 기상 데이터 등을 인공 신경망 기술로 분석해 잡초 번식, 토양의 건조 정도, 작물 영양 결핍 같은 문제점들을 파악해 낸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지난 9월 시리즈 B 라운드에서 3000만달러를 유치했다.
잡초 제거용 레이저를 장착한 로봇을 개발해 3600만달러 자금을 끌어모은 스타트업도 있다. 미국 시애틀 로봇업체 카본로보틱스가 개발한 제초 로봇은 작물 틈에 자라는 잡초만 골라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기술을 보유했다. 이름도 ‘자동 레이저 제초기(Autonomous LaserWeeder)’다. 이 로봇을 도입한 카잘리아밸리 농장 제임스 존슨 부사장은 “에이커당 인건비를 800~1500달러가량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런 기술 개발과 투자가 속속 이뤄지면서,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 관련 AI 스타트업 업체들이 조달한 자금은 사상 최대인 15억40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농업 분야에서도 AI 등 첨단 기술 활용이 활발하다.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팜 농장경영 시스템 팜모닝을 운영하는 국내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지난해 1060억원 매출에 이어 올해 5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펴낸 ‘빅데이터· AI 기반 스마트 농업 확산 종합 대책 보고서’에서 농촌 고령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농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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