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지 1년, 트럼프는 더 강해지고 있다 [김동석의 워싱턴인사이드]

입력 2022. 1. 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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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여년 미 연방의회 풀뿌리 활동가의 눈으로 워싱턴 정치 현장을 전합니다.
지난해 1월 6일 미국 대선 결과 인증 회의를 하고 있는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가 폭력 사태를 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AP 연합뉴스

패배한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현직 대통령의 선동으로 추종자들은 무장을 했다. 총을 메고 깃발을 흔드는 광분한 추종자들 수천 명이 의사당으로 돌진했다. 경찰 저지선을 뚫고 담벼락을 기어올라 창문을 부수고 의사당에 난입했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며 회의 중인 의원들을 향해 총질을 해댔다. 선출된 대통령을 인준하는 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시간 후 의원들이 다시 회의를 속개, 간신히 차기 대통령을 확정지었다. 2021년 1월 6일,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5명이 숨지고 200여 명의 부상자가 났다.

미국 민주주의를 전복하려는 폭도들의 의사당 공격이 자행된 지 1년이 흘렀다. FBI를 비롯한 공권력이 총동원돼 1년 동안 수사를 했다. 의회는 초당적 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권력 내 관련자들을 조사 중이다. 그러나 수천 명 폭도 중에 74명만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35명이 감옥에 갔고, 14명은 가택구금 그리고 25명이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다. 대부분 경범죄 판결을 받았다.

FBI 수사로 밝혀진 폭도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의 면면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민간 민병대와 백인우월주의자들, 그리고 범죄혐의가 있는 폭력조직원들도 있지만 체포 및 기소된 사람들의 90%는 그냥 평범한 중산층 시민이다. 약 절반은 사무직 근로자였고 대부분이 좋은 부모, 좋은 이웃, 커뮤니티의 든든한 구성원이었다. 정치적으로는 어느 당에도 소속되지 않은 무정파의 시민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이 '온순하고 평범한 시민'들은 왜 대의민주주의의 전당인 의사당을 공격한 걸까. 경찰조사에서 한 참전용사는 과거 자신들이 조국 미국을 위해 싸웠듯이 이번에도 다시 미국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진술했다.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미국은 온전히 자기의 소유라고 여기는 전형적인 백인들이다. 수세기 동안 이 나라는 백인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는 일엔 철저하지만 다른 인종들의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분명 미국의 이 상황은 정치적 내란이다. 그 중심에 트럼프가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로 구분되지 않는다. 어느덧 미국 정치는 민주당과 공화당, 그리고 트럼프로 나뉘어졌다.연방정부에 대한 의심과 적대감, 인종적 증오와 두려움, 종교성을 훼손하는 급속한 세속화, 그리고 경제적 불안감이 트럼프 정치의 본질이다. 그들은 미국 정부와 사회가 사회주의자, 소수집단, 성적 일탈자들에게 지배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부패하고 유약해진 공화당 기득권층을 경멸한다. 트럼프는 억눌려 온 미국인들을 대신해 지식인 사회의 엘리트들을 공격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를 향한 엘리트들의 공격은 트럼프와 그의 추종자들의 유대를 강화할 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트럼프는 정치가 아니고 사회운동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은 백악관을 떠난 1년 동안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뒤에도 미국 주류사회는 그의 인기, 추종자들에 대한 영향력을 진지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오만한 공화당 주류는 트럼프의 당내 장악력을 과소평가했다. 그 때문에 2020년 선거결과를 뒤집으려는 시도가 실패하고 그가 백악관을 떠나자, 그렇게 트럼프시대가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올해 중간선거판은 전보다 더 트럼프의 무대로 세팅됐다. 트럼프의 영향력에 올라타 의회를 장악하려는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략은 2024년 백악관을 탈환하려는 트럼프의 야욕과 결합했다. 이 때문에 올해 중간선거는 더욱 격렬한 문화전쟁이 될 것이다. 1860년대의 남북전쟁까지 소환되는 전대미문의 중간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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