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홍준표 공천 요구 두고 충돌..멀어지는 원팀

유설희·문광호 기자 입력 2022. 1. 20. 17:45 수정 2022. 1. 2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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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후보 측 “구태 정치” 반발
홍 “방자하다”…원팀 구상 ‘안갯속’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내게 힘이 되는 세 가지(연말정산·반려동물·양육지원) 생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홍준표 의원이 국회의원 보궐 선거 후보 공천을 두고 20일 이견을 보였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의 만남에서 서울 종로와 대구 중남구에 자신과 가까운 인사의 전략공천을 요구했다. 윤 후보 측은 이날 “구태정치”라고 밝혔고, 홍 의원은 “방자하다”고 반응했다. 전날 두 사람의 만남이 공천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대선을 향한 원팀 구성에 난항을 겪게 됐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홍 의원의 공천 제안을 두고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를 구성해서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공천)하는 것을 저는 원칙으로 세워놨다”며 “저는 공천문제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홍 의원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 윤 후보는 “훌륭한 의원들이 오면 국정운영에 도움되는 면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의힘이 선거를 어떤 식으로 치를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애티튜드(태도)”라고도 했다.

홍 의원은 전날 윤 후보와 만찬 회동에서 서울 종로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을 각각 전략공천할 것을 요구했다. 최 전 원장은 당내 경선 2차 컷오프에서 탈락한 이후 홍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윤 후보는 회동에서 “공관위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즉답을 피한 걸로 안다”고 선거대책본부 관계자는 전했다.

홍 의원 제안이 알려지면서 이날 오전부터 당 선대본부와 윤 후보측에서 공개 비판이 쏟아졌다. 권영세 선대본부장은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며 “(구태를 보인다면)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에서 “훌륭한 분들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구태에서 벗어나 공정과 상식으로 정치혁신을 이뤄야만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에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하리라 믿는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공관위 구성도 안 됐는데 자기 사람을 챙기려는 게 공정에 맞는 것이냐”며 ‘협잡’이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도 홍 의원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이 대표는 대구 일정 중 기자들과 만나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사 공천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정했다”며 “(기조를 바꾸려면) 정치적 타협이 있어야 될 텐데 그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은 어렵다는 취지다. 대선 후보와 선대본부장, 당 대표 등 핵심 인사들이 모두 홍 의원 제안에 즉각 부정적 의사를 밝힌 셈이다.

홍 의원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전 원장은) 국정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런 사람들이 대선에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된다. 그래서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선대본부 인사들을 향해선 “갈등을 수습하지 않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그런 사람이 대선을 이끌어서 대선이 되겠나”라며 “방자하다”고 했다. 비판 대상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권 본부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윤 후보와 최 전 원장의 회동도 홍 의원 제안을 ‘개인 차원의 요구’로 정리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 전 원장도 서울 용산구 호텔에서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정권교체 집중해야지 어디 출마한다 논할 계제가 아니다”면서 “(공천 문제를 홍 의원과) 사전에 논의한 건 없다”고 거리를 뒀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최 전 원장 종로 공천 거론은 홍 의원 개인 생각이고 원팀 기조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자리”라며 “두 분 모두 공천 요구는 ‘X’, 정권교체 목표 ‘○’라는 데 뜻이 일치해 만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원팀 구성은 멀어지는 분위기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청년 소통 플랫폼에 올라온 ‘중앙선대위 고문 일은 없던 일로 돼 버렸다’는 글에 “그렇게 되어 가네요”라고 적었다. 윤 후보측에서는 홍 의원과의 결별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며 “홍 의원이 구태 정치인이 되면서 원팀으로 껴안는 게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든다”면서 “(아예 같이 안 갈)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당내 경선 당시 홍 의원에게 쏠렸던 2030세대 표심을 어느정도 흡수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당이 다시 갈등 국면에 들어가는 것은 부담이다. 쇄신 선언 이후 ‘자리싸움’을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선대본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홍 의원이 공천을) 건의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선대위가 침몰 직전까지 갔었는데, 정권교체 바람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 자리싸움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원팀 구성) 여지는 남아 있다”고 했다.

유설희·문광호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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