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호 상장 추진에 두 목소리 "껍데기 된다" vs "시너지 기대"

문희철 2022. 1. 2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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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세계 최대급 LPG추진선 '벨라비스타 익스플로러'. [사진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삼호중공업을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존 한국조선해양이 ‘껍데기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회사 측은 “자회사인 조선 3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반박한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지난 19일 국내 증권사 대상 간담회에서 “현대삼호중공업(현대삼호) 상장은 투자자와 약속”이라며 “연내에 현대삼호의 상장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로 현대삼호를 지배(80.5%)하고 있다. 현대삼호는 주로 컨테이너선·액화천연가스(LNG)선·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등을 건조한다.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액에서 자회사가 차지하는 비중

가삼현 “연내 현대삼호重 상장 추진”


한국조선해양이 현대삼호의 상장을 추진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로부터 4000억원(지분율 15.2%)을 투자 받으면서, 두 회사는 ‘5년 후 상장’에 합의했다. 즉 올해 안에 상장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회사는 상장 기한을 2년 유예했다. 올해 상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올해 안에 투자금 일부와 이자를 돌려줘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선 업황이 회복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업황이 나빴던 시점에 4000억원을 투입한 IMM PE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연내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장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조선가지수(NPI)는 154.18을 기록했다. 2009년 5월(156.58) 이후 최고 수준이다. NPI는 1998년 선박 건조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신규 건조하는 선박의 상대 가격을 표현한 수치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조선업계로선 각종 설비‧인프라를 늘려야 하는 유인이 생긴다. 상장 등을 통한 자금 유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선 3사 빼면 매출 1% 남아


이렇게 상장 호(好)조건을 갖췄지만 기존 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갖고 있는 일반 투자자 사이에선 불만 목소리가 높이지고 있다. 현대삼호가 상장하면 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가 모두 상장사가 된다. 한국조선해양 주주 입장에선 알짜 사업을 하는 자회사를 모두 상장해 속칭 ‘껍데기’만 남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1~3분기 기준으로 한국조선해양의 매출 11조370억원에서 3개사를 제외하면 1154억원(1%)에 그친다.

익명을 원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대삼호가 상장하면 주식 투자금이 3개 자회사로 분산한다. 한국조선해양의 순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상장하자 주요 증권사들은 당시 18만원 선이던 한국조선해양의 목표 주가를 10만원 선으로 내려 잡았다.



전라남도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LNG추진선 건조 현장.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최근 물적분할을 한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분사를 발표한 주가가 20%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7월 배터리 사업(SK온) 분사 계획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 역시 하루 만에 주가가 8.8% 떨어졌다.

한국조선해양에 투자한 주주 A씨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조금 상승하면 자회사를 상장시키거나 새롭게 주식을 발행(증자)하는 방식으로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과정에서 소외되는 모회사 주주에 대한 보상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개발 집중…조선 3사와 시너지”


다만 자회사 상장이 한국조선해양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 최광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삼호 상장은 2017년부터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모럴해저드로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한국조선해양은 조선업을 기술중심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설립한 일종의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라며 “연구개발에 집중하면 조선 3사와 시너지를 창출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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