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보이콧으로 번진 '나몰라라' 쿠팡이츠 사태..'여성 비하''저속 게시물'은 "외부 협력사 잘못"
[경향신문]
어플리케이션(앱)에 성적 비하 표현이 등장해 논란을 빚은 쿠팡이츠가 “외부 협력사의 잘못”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히자 ‘꼬리 자르기’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쿠팡이츠 앱의 테스트 페이지에 여성을 비하하고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표현들이 올라온 이후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쿠팡이츠와 그 모회사인 쿠팡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트위터 등에는 “(쿠팡을) 어떻게 응징할 방법이 없네. 노동자를 억압하는 기업이 여성혐오도 방치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점이 일관되기 때문” “쿠팡이츠, 대국민 사과해라. 조직이 어떨지 회사가 어떨지 말 안 해도 알겠다. 여자의 생식기는 웃음거리가 아니다”라는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쿠팡이츠 앱을 삭제한다’거나 모회사인 쿠팡 회원에서 탈퇴한다는 글도 잇따랐다.
여성 비하가 담긴 테스트 페이지가 노출된 데 대해 쿠팡이츠는 “외부 협력사가 부적절한 단어를 사용한 것을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부적절한 게시물에 대한 사과나 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기는커녕 ‘협력사 잘못’이라며 발뺌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쿠팡이츠, 테스트 페이지에 성적비하 표현 논란···“외부업체 소행”
이번 일을 계기로 “플랫폼이나 SNS 운영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는 명예훼손이나 혐오 표현 등이 담긴 게시물을 방치한 플랫폼이나 SNS 본사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법규가 미흡하다. 독일과 프랑스는 혐오 표현이 담긴 콘텐츠가 신고되는 경우 일정 시간 이내에 제거하지 않는 소셜미디어 회사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2017년, 2020년부터 각각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최대 5000만 유로(약 675억원), 프랑스는 125만 유로(약1억690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개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사업에 관여하는 이상 (플랫폼 업체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며 “포털사이트들이 선정적이거나 비하성 댓글을 걸러내듯이 플랫폼도 큰 불쾌감을 주는 게시글 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갑질과 성희롱의 기준도 처음에는 모호했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혐오표현 규제 기준도 사회적인 의견 수렴을 통해 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이 앱 페이지 수정·배포 권한을 협력업체에 과도하게 위임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앱 페이지를 수정하는 작업은 통상 전문 엔지니어들이 맡는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콜센터 협력업체가 접근 권한을 이용해 메뉴 설명 등을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앱 정보를) 쿠팡이 확인하고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쿠팡이츠 테스트 페이지 사고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한 이후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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