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인데 치킨은 안 판다?" 연이은 물적분할에 뿔난 개미들 [왕개미연구소]

이경은 기자 2022. 1. 2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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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나선 세아베스틸 14% 급락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철강회사가 철강 부분을 분할한다니, 이게 무슨 소린가요. 치킨집에서 치킨을 안 판다는 얘긴가요?”(세아베스틸 주주 A씨)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이번엔 세아베스틸지주?? 적당히 좀 하세요.”(Y증권사 애널리스트)

“곧 정부에서 물적분할 규제한다고 하니까 서둘러서 발표하는 겁니까? 한국 기업 클라스는 진짜...”(소액주주 이모씨)

20일 특수강 제조기업인 세아베스틸이 물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소액 주주들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하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세아베스틸은 전날보다 13.83% 하락한 1만4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후 2시쯤 물적분할 공시가 나오면서 주가가 무너졌다

세아베스틸은 특수강 제조 등 사업 부문 일체를 물적분할해서 세아베스틸(가칭)을 신설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분할 기일은 4월 1일. 분할 존속회사는 상호를 세아베스틸지주(가칭)로 변경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특수강 사업에 특화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및 자회사의 수평적 시너지 창출을 위해 지주사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아베스틸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만, 신설회사 IPO(기업공개) 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난데없는 물적분할 소식을 접한 소액 주주들은 황당할 뿐이다.

세아베스틸 주주 이모씨는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개미들은 쪽박차고, 오로지 대주주만 공모를 통해 대박을 친다”면서 “입법기관은 기존 주주들에 대한 보호 장치 없는 물적 분할을 금지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물적분할에 나서는 기업들이 줄잇고 있다. 올해 IPO 대어라고 하는 SSG닷컴은 이마트에서 쪼개져 나왔고, CJ ENM도 콘텐츠 제작 부문을 물적분할한다는 계획이다. 또 포스코, NHN, 만도, 한화솔루션 등도 전부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본업보다 오히려 물적분할로 수익을 더 많이 올리는 카카오와 SK그룹 역시 또다시 자회사를 떼어내서 상장할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하게 되면 모(母)회사 주주들에겐 불리하다. 알짜 자회사가 상장하면 그만큼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낮아지고, 주가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상증자를 하면 기존 지배 주주의 보유 주식 비중이 줄어들어 불리하지만, 물적분할을 하면 돈은 돈대로 유치하면서 모회사 지분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어 유리하다.

대선 주요 후보들은 물적분할 제도를 손보겠다면서 표심잡기에 나선 상태다. 물적분할한 기업이 증시 상장을 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먼저 배정하게 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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