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눈와도 코로나 무서워 시설 안 가"..지하철역 향하는 노숙인들

오진영 기자, 홍재영 기자 2022. 1. 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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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영하 5~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에 눈까지 내리면서 노숙인들의 시름이 깊다.

19~20일 서울 길거리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코로나19(COVID-19)가 두려워 보호 시설에는 가지 못하지만 혹한과 눈이 쌓인 길거리에도 머물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시설에서 백신 접종을 유도하고 임시주거를 제공하는 등 여러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복지 사업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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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한 노숙인이 침낭과 패딩 점퍼를 펴 놓고 잠을 청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 종각역 일대를 오가며 생활하는 노숙인 A씨(57)는 날씨가 추워질 때마다 지하철역 안으로 향한다. 승객들이 얼굴을 찌푸리지만 얼어죽지 않으려면 별다른 방법이 없다. 지난 19일 서울에 많은 눈이 내리자 A씨는 가지고 다니던 가방과 옷은 물론 상자와 우산으로 만든 집까지 푹 젖어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A씨는 "쫓겨나도 1~2시간 후에 다시 내려온다"고 빠진 이를 내보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연일 영하 5~10도까지 떨어지는 한파에 눈까지 내리면서 노숙인들의 시름이 깊다. 19~20일 서울 길거리에서 만난 노숙인들은 코로나19(COVID-19)가 두려워 보호 시설에는 가지 못하지만 혹한과 눈이 쌓인 길거리에도 머물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광화문역에서 패딩과 침낭을 펼쳐놓고 잠을 청하던 한 노숙인은 "추워도 시설보다는 바깥이 훨씬 낫다"며 "추위는 피할 수 있지만 코로나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주 서울 기온이 급하락한 이후 10일째 역사를 전전하며 지낸다고 했다. 행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한 종이상자와 우산은 필수품이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시설 입소자를 제외한 전체 거리 노숙인은 596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제 노숙인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이후 해마다 실시하는 조사에서 감소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노숙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하철 역사나 다리 밑을 오가며 생활한다. 코로나19로 보호 시설이나 종교단체 봉사 활동도 중단된 곳이 많다.

20일 서울 광화문 역사 안에서 한 노숙인이 우산과 박스 등을 활용해 머물 곳을 만들고 있다. /사진= 오진영 기자


그나마 운영 중인 보호 시설에서도 집단감염이 잇따르자 불안감이 늘었다. 상대적으로 위생에 취약한 노숙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에 걸리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확산돼 감염 위험이 있는 시설보다는 거리를 택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영등포에 있는 노숙인 시설에서 수십여명이 집단감염됐다. 같은해 1월에는 서울역 한 시설에서 확진자 100여명이 나왔다.

지원 단체들은 한 장소에 수십여명이 몰려 생활하는 보호 시설 특성상 코로나19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하는 일시보호시설의 경우 한 공간에 70여명씩 생활하다 보니 집단감염이 터지기 쉽다"라며 "오히려 거리노숙이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다고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서울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설치하고 임시주거를 제공하고 있으나 인식이 악화돼 장소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원시설에서 백신 접종을 유도하고 임시주거를 제공하는 등 여러 방안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노숙인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복지 사업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숙인들 스스로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구의 한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급식 드시러 오시는 분들께 여쭤보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도 '답답하다' '통제가 싫다'는 이유로 가지 않으려 하시는 분들이 많다"라며 "코로나19에 혹한기까지 겹치다 보니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설에 입소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지하철역 향한 노숙인도 지켜야 할 것 있습니다…"폭행·위생 민원 꾸준히 접수돼"
서울 지역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떨어진 12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노숙인 텐트에서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하고 있다. 2022.1.12/사진 = 뉴스1

일각에서는 노숙인들로 피해를 입는 시민들도 있어 공공장소에서는 일정 부분 상호 협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홈리스행동은 '대소변을 보는 노숙인들을 발견하면 신고해 달라'는 서울역의 안내문이 편견과 증오를 조장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현재 해당 안내문은 역사 내부에서 철거된 상태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같은 민원이 하루 평균 6~7건 이상 발생한다. 노숙인들이 직원을 폭행하는 사건도 매달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 일부 피해 직원은 심신건강 휴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특정 집단을 적시한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안내문을) 제거했다"면서도 "시민들의 지하철을 청결·안전하게 유지하는 것도 의무이기 때문에 (노숙인들도)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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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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