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어렵게 이룬 원팀..'이핵관'으로 분열하나

이정현 기자 2022. 1. 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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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방문해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만나기 앞서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있다. 2022.01.1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불교 비하 발언이 당의 내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민주당은 성난 불교계 민심을 달래고 끝낼 계획이었으나 당 내분까지 봉합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며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불교계 반발을 사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불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불교계는 여전히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0일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한 사람을 지목해 사퇴하라고 나오고 있는데 얼마나 괴롭겠냐"며 "제가 그렇다면 되게 민망하고 괴로울 것 같다. 그래도 저렇게 그냥 있는 것 보면 참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차마 말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자진해서 탈당해 줬으면 하는 의원 분들 주위에 많은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억울한 점이 많겠지만 불교계가 요구하는 점 중 하나"라고 했다.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17일 조계사 방문으로 문제를 일단락 짓기로 했다. 그간 비공개로 전국 사찰을 돌며 사과한 정 의원도 이같은 지도부의 뜻에 따라 예방에 동행했다고 한다.

마지막 공식 사과 방문인만큼 민주당은 대규모 의원단을 꾸렸다. 초선인 김영배 최고위원이 당내 초선모임 '더민초'의 운영위원장 고영인 의원과 함께 인력을 동원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 총 35명의 의원이 조계사를 찾았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불교계 마저 등을 돌리면 상황이 심각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조계종 관계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고 앞으로 불교계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조계종에서도 민주당에 대해 질책하면서도 참회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셨다"고 했다.

불교계가 그동안 주장해온 정 의원 탈당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말씀하신 건 없었다"며 "진심으로 참회하는 모습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주셨다. 실무 채널을 통해 불교계와 소통하면서 하나의 전화위복의 계기점으로 작용하도록 하자는 요청에 총무원장 스님도 노력해보라는 정도로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정청래/뉴스1


훈훈하게 마무리지은 것 같았던 사건은 18일 저녁 페이스북에 '이핵관이 찾아왔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재점화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핵심 관계자가 찾아와 자진 탈당을 권유했다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글에서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게 어떠냐고"라며 "저는 컷오프 때도 탈당하지 않았다. 내 사전엔 탈당과 이혼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이어 "여러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참 많이 힘들게 한다"며 "굴하지 않고 버티며 대선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당이 저를 버려도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이핵관' 폭로에 대해 이 후보는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는 전날(19일) 어르신 정책공약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 의원에게 누가 뭐라 했는지에 대해 제가 아는 바가 없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당내 반응은 갈라졌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서 "정 의원이 이핵관으로부터 탈당을 요구받았다는 보도가 사실이냐"며 "상상이 안된다. 그런 일은 결코 있어선 안될 일이다. 민주당은 공당이고 민주적 정당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국회의원이 다른 곳도 아니고 국정감사장에서 한 말을 가지고 당 지도부가 나서서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며 "탈당까지 해야하는 문제인가 싶다. 당에서 불교계 민심을 이렇게까지 신경쓰는 것은 처음봤다"고 말했다.

반면 목전으로 다가온 대선을 위해 정 의원이 자진 탈당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 의원이 국민의힘 내분 사태를 계기로 '분열'의 상징이 돼 버린 '핵관'을 당내 문제에 끌어들인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기에는 조그만 이슈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 의원으로서는 생각이 많겠지만 일단은 당을 위한다는 생각에서 탈당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경선 이후 어렵게 원팀을 만들어 여기까지 왔다"며 "의원 개인의 발언으로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 본인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다고 본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책임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영길/뉴시스


민주당의 내분 조짐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대선후보 경선에서 얻은 상처를 어렵게 치유하고 원팀을 이뤘으나 친 문재인계 대 친 이재명계 등 곳곳에서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MBC '뉴스외전' 인터뷰에서 "민주당 대표가 송영길로 바뀌었고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다. 기소되서 죽을뻔 했지 않냐"며 "이재명 후보는 새로운 정권의 창출"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이 후보를 탄압했다는 송 대표의 말씀에 아연실색"이라며 "내부를 분열시키는 이같은 발언이 선거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 문재인 세력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이 후보를 음해하려 한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딥페이크(Deep Fake) 기술을 기반으로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을 이용해 이 후보가 욕설을 내뱉는 장면을 만들고 소위 '문파'로 불리는 일부 세력이 유포한다는 내용이다.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도 같은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 씨는 19일 자신의 라디오에서 "유력 유포 루트 중 하나가 소위 '대깨문'이라고 하는 '친 문재인'을 내걸고 '반 이재명' 활동을 하는 그룹"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I(인공지능)가 이 후보의 욕설을 흉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내홍이 짙어지는 가운데 정 의원 지지당원들은 이날 오후 2시 조계사 앞에서 '조계종 대선개입·정치개입 규탄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전국승려대회 등 집단행동으로 대선과 정치에 개입하는 행위를 당장 중지하라고 주장했다. 집회를 중계하는 유튜브 영상에는 정 의원을 지지하는 댓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당내 강성 지지층 상당수가 정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정 의원이 이들을 달래고 있었는데 당이 불교계 편만 들면서 이번 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불교계 민심이 문제가 아니라 지지층이 갈라지는 문제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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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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