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코로나·물가 ②의회 ③외교 현안.. 취임 1년 바이든 발목 잡은 3대 난제

정상원 2022. 1. 2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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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美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열어
"도전의 한 해였지만 거대한 진전 1년" 자평
인플레이션 제어, 러시아 중국 대처 과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전의 한 해였지만 거대한 진전을 이룬 1년이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을 이렇게 자평했다. 그는 2시간 가까이 진행한 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부터 투표권 확대법, 사회복지예산(Build Back Betterㆍ더 나은 재건법)까지 미국 국내 현안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 경고,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 긍정 평가 등 외교 현안에서도 단호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최근 33%까지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도 엿보였다.

하지만 여당인 민주당 분열, 공화당의 공세 같은 정치 장애물에다 코로나19 장기화, 생활물가 급등에 지친 미국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에는 역부족이다. 11월 중간선거와 2024년 재선 도전 가도에 먹구름이 잔뜩 낀 형국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12일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소 안내판 인근을 지나가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① 코로나19ㆍ물가 급등에 발목 잡힌 바이든

“놀랍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취임 후 1년간 코로나19 대응에 전력을 다했던 노력들을 열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이날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75만3,990명에 달했다. 14일 최고치(80만6,157명)에 비해서는 감소세에 접어들었지만 지난해 6월 1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코로나19 백신 미국 내 접종률 70%를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달성하겠다고 자신했으나 실패했다. 마스크 착용이나 백신 접종 의무화도 공화당 장악 주정부와 연방대법원에서 잇따라 가로막혔다. 최근에는 오미크론 확산을 제어할 자가진단 검사 키트 공급을 제때 못했다는 비판에도 직면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푼 결과 미국은 지난해 말 소비자물가가 7%나 상승했다. 1982년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물론 2020년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기록했던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해 5.2% 성장으로 돌아섰고, 실업률은 3.9%까지 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코로나19에 대한 압도적 좌절과 두려움,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유가와 소고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대기업 책임을 따지겠다고 했다. 코로나19를 제어하고 생활물가를 잡지 못한다면 중간선거 승리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스태추어리홀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1주년을 맞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② 난관 부닥친 의회 정치

바이든 대통령은 36년의 상원의원 경력을 자랑한다. 의회정치의 달인으로 불렸다. 2020년 의회 선거 당시 민주당은 하원에서 승리했고, 상원도 공화당과 50석씩 나눠 가졌다. 이런 정치 여건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1조9,000억 달러 규모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고 8개월 뒤에는 1조2,000억 달러나 되는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예산안도 처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들어 흑인과 히스패닉이 더 쉽게 투표를 할 수 있는 투표권 확대 법안 처리를 위해 상원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규정까지 바꾸려 했다. 하지만 2조 달러 안팎의 사회복지예산은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과 공화당 벽에 막혔다. 필리버스터 규정 처리도 이날 무산되면서 투표권 확대도 어려워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반대 외에는 목표가 없고, 트럼프 외에는 지도자가 없고, (독자적인) 의제도 전혀 없다”고 공화당에 독설을 퍼부었다. 올해 내내 민주ㆍ공화 정파 간 대립과 분열을 예고하는 대목이었다.

러시아군 장갑차가 18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한 고속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크림반도=AP 연합뉴스

③ 러시아ㆍ중국에 북한 변수까지

외교 난제도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1년 국정 평가 점수를 깎아 먹는 요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작전 혼란 이후 지지도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내가 한 일에 대해 사과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 결정된 철수를 이행한 것일 뿐이고 아프간에 들어가던 수많은 비용과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논리도 펼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 “(실제 침공을 한다면) 지금은 생각할 수 없는 심각하고 쓰라린 값을 치를 것”이라며 “러시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가혹한 경제ㆍ금융제재를 예고하며 “그들(러시아) 은행은 달러를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배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삐걱댔던 동맹관계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국 때리기가 이어지면서 미중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사방이 미국의 적인 셈이다.

다만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는 이날 회견에서 질문이 나오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 모두 발언에서도 빠졌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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