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통화'에 '이재명 욕설' 맞불.. 녹취록 정국 된 대선, 쟁점은? [이슈+]

박지원 2022. 1.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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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7시간 통화' 유튜브 원본 공개 사실상 허용
방송금지 가처분·녹음 및 유포행위 불법성 쟁점
통신비밀보호법상 당사자 녹음 처벌 근거 없어
양당 모두 "녹취 공개,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전례 없어 민형사상 명예훼손·모욕 인정 어려울 듯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 씨가 기자와 나눈 ‘7시간 통화’ 녹음파일 일부가 방송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친형·형수 ‘욕설’ 녹음파일이 추가로 공개되며 대선 정국이 ‘녹취록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둘러싼 양측의 고소·고발전도 잇따르는 가운데 녹음파일 공개를 둘러싼 법적 쟁점을 살펴봤다. 

◆‘7시간 통화’ 유튜브 방송은 사실상 허용… 남은 고소·고발전 다수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송경근 수석부장판사)는 김씨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방영금지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이 사생활 부분에 관해서만 금지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발언에 대한 유튜브 방송이 허용됐다. 열린공감TV는 앞서 지난 16일 MBC의 녹음파일 1차 방송 이후 유튜브를 통해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악의적 편집 가능성’이었다. 김씨 측은 방영금지 이유 중 하나로 '악의적 편집 가능성'을 주장했는데, 법원은 “자의적 편집이나 일부분 방송을 통한 발언 취지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녹음파일을 있는 그대로 모두 공개하는 것이 더 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 측 주장이 오히려 자충수가 된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유튜브 방송뿐 아니라 MBC가 오는 23일로 예고한 녹음파일 관련 2차 방송에 대해서도 전날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심문은 21일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걸린 전광판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전화 통화' 내용을 다루는 MBC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방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외에도 ‘7시간 통화’ 녹음파일을 둘러싼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2일 녹음 당사자인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를 공직선거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고,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배당돼 검찰이 전날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당사자 간 통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후 상대방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개하는 경우 헌법상 음성권 및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앞서 국민의힘이 MBC를 상대로 낸 첫 7시간 통화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 결정을 내린 법원은 ‘대화 당사자가 녹음했기 때문에 몰래 이뤄졌다고 해도 통화 녹음은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청취할 수 없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녹음 주체가 통화 당사자일 경우 상대방의 동의를 얻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국민의힘은 방송금지 가처분 결정문 별지에 기재된 통화 녹취록 내용 유출 의혹으로 MBC 측 김광중 변호사를 고발했다. 이에 맞서 김 변호사는 유출한 사실이 없다며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맞고소했다.

◆李 욕설도 추가 공개… 공직선거법 위반 인정 가능성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이재명 국민검증특위 장영하 변호사가 7시간 통화 녹취록에 대한 맞불성으로 공개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욕설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도 각종 고소·고발전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측은 장 변호사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역시 7시간 통화를 보도한 MBC 관계자들을 지난 17일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대검에 고발한 바 있다.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 등 기타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와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사실 적시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굿바이 이재명' 저자 장영하 변호사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날 공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욕설 파일과 관련해 추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선관위는 앞서 이 후보의 욕설 파일과 관련해 “자의적 편집 없이 원본으로 유포하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제251조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민주당 측에 내놓은 바 있다. 민주당은 그럼에도 “당선을 방해하려는 악의가 있다면 무조건 위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인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민주당의 주장보다는 선관위 유권해석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사실 적시에 의한 후보자비방죄 자체가 악법의 소지가 있는 데다 이걸 차치하고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는 처벌이 안 된다는 단서가 달려있어 대선 후보나 가족 등 공인의 자질에 관한 사실 적시 녹음파일은 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남은 쟁점은?

한편 국민의힘은 ‘70시간 통화’ 녹음파일 중 두 사람 간 통화녹음 외에 ‘서울의소리’ 기자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녹취한 파일이 불법 녹음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어 해당 파일들의 불법성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김씨와 서울의소리 기자 간 통화녹음 불법성 여부는 법원 판단으로 이미 일축됐지만, 기자가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을 방문해 녹취한 파일에 타자 간 대화가 녹음됐고 이 부분이 제삼자를 통해 공개 또는 보도될 경우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를 상대로 낸 통화녹취록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이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지법에서 심문을 마친 김건희 씨 측 홍종기 변호사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녹음파일의 적법성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형사상의 명예훼손·모욕죄와 민사상의 손해배상도 남아있다. 김씨 측은 이미 녹음파일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을 예고한 상태다. 김씨의 법적 대리인단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의소리나 유튜버, 그리고 방송사 중 일부 개인들에 대해서는 문제가 될 경우에 형사 고소나 민사상 손해배상을 모두 청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개된 녹음파일이 대화 당사자가 녹음한 것이라면 형사상 혹은 민사상 책임도 묻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제삼자가 타인의 대화를 녹음하는 감청이나 도청은 처벌되지만, 당사자가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며 형사상 처벌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민사상으로도 당사자가 녹음한 파일을 제3자에게 유포했다고 해서 손해배상을 인정한 사례는 아직은 없다”며 “다만 일부 하급심에서 ‘자기 대화가 노출되지 않을 권리라는 게 있을 수는 있다’고 언급한 경우는 있는데 이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고 기각했었기 때문에 이번 경우에도 민사상 손해배상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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