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친할머니 살해 형제에 왜 박완서의 '자전거 도둑'을 건넸을까

김동환 2022. 1. 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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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형제에게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가 박완서가 쓴 책 '자전거 도둑'을 건네며, 본인들의 행동을 돌아보라고 따끔하게 꾸짖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정일 부장판사)는 20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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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살해와 방조 등 혐의..징역형 등 선고 / 재판부, 따끔한 꾸짖음과 함께 책 '자전거 도둑' 건네
세계일보 자료사진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형제에게 각각 징역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가 박완서가 쓴 책 ‘자전거 도둑’을 건네며, 본인들의 행동을 돌아보라고 따끔하게 꾸짖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정일 부장판사)는 20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범행을 도운 혐의(존속살해 방조)로 재판에 넘겨진 동생 B(17)군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A군에게 80시간, B군에게는 40시간의 폭력 및 정신치료프로그램 이수도 각각 명령했다.

앞서 A군은 지난해 8월30일, 대구 서구에 있는 거주지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하고 꾸짖는다는 이유로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하고, 이를 목격한 할아버지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군은 사전에 창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혐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사회가 보호할 최상의 가치인 생명을 침해한 범죄로 범행 내용이나 결과의 중대성으로 볼 때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발적 범행인 점과 형제의 교화 가능성을 재판부는 강조했다. 부모 이혼으로 양육자가 계속 바뀌는 등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인 점 등도 고려했다. 수차례 A군이 반성문을 제출하고 동생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점 등을 말해 잘못을 자각하고 교화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본인의 행동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한번 고민해보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책 ‘자전거 도둑’을 형제에게 건넸다.

‘자전거 도둑’은 전기용품 도매상의 열여섯 살 직원 수남이가 주인 영감의 심부름을 나갔다가, 자신의 자전거가 고급차에 흠집 낸 일을 다룬다. 수리비를 가져오라며 자전거를 묶어버린 ‘부자’ 차주가 사라진 후, 이를 지켜보던 주변 어른들의 ‘자전거를 갖고 도망치라’는 말에 냅다 자전거를 든 채로 달아난다.

가게로 돌아온 수남이는 주인 영감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았고, 오히려 혼내기보다 ‘운이 좋다’며 칭찬한 영감의 반응에 수남이는 양심의 가책과 이유를 모르는 쾌감 사이에서 어찌할 줄 몰라 한다.

재판부가 형제에게 책을 건넨 데는 이들의 성장기에 어른들이 손을 내밀어 이끌지 못해 미안하다는 우회적인 사과와 함께, 책에 등장하는 수남이처럼 양심이 무엇이고 올바른 행동이 뭔지를 생각해보라는 바람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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